(뉴욕=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어깨가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각종 사업적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에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주에만 29%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3년 만에 1조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머스크의 재산은 지난주 급등으로 총 3천억달러를 넘어섰고 머스크는 지난주에만 약 130억달러나 폭증했다. 대선 과정에서 그가 선거 후원금으로 지출한 약 1억3천만달러는 수수료 수준인 셈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승리로 고무된 가운데 이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마저 사정권에 두려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머스크는 연준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이제는 연준에 개입하려는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출처 : 일론 머스크 엑스 계정]
지난 8일(이하 미국 동부 시간) 미국 유타주(州)의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미국 행정부(executive branch)는 대통령의 지시 아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설계된 방식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이와 관련해 헌법에서 벗어난 많은 사례 중 하나다"라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면서 "연준을 끝내자(#EndTheFed)"라는 해시태그를 게시물 말미에 덧붙였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리트윗하며 "100점"이라는 평을 남겼다. 연준이 행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야 하며 그런 면에서 트럼프가 연준의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합당하다는 의미로 이같은 글을 남긴 것이다.
미국 CNBC는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에 압박을 넣으려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앞서 8월 플로리다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소한 발언권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적이었던 만큼 많은 경우에서 연준에 있는 사람이나 연준 의장보다 더 직감이 낫다"고 강조한 바 있다.
머스크의 '100점' 게시물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도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파월이 보장된 임기를 중도에 포기할 계획이 없으며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준 의장으로서 파월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파월의 발언이 나오자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잇따라 저격하면서 연준을 벼르는 듯한 분위기가 잡히고 있다. 파월이 대선 직전인 지난 9월 '빅 컷(50bp 금리인하)'으로 통화완화를 시작한 것을 두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공화당 진영에서 쏟아지기도 했다.
'연준을 끝내자'는 문구는 리 상원의원이 이번에 처음 만들어낸 게 아니다. 저술가이자 정치 활동가이기도 한 로널드 폴 전 텍사스주 공화당 하원의원이 앞서 2009년 발간한 책의 제목이다.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나왔던 책인 만큼 미국 금융 체계와 그 중심에 있는 연준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 책이다.
폴은 이 책에서 연준이 구제금융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에서 대형 은행을 우선시하고 인플레이션과 평가 절하를 통해 미국의 전쟁에 은밀히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역할에 대해 고려하고 맞서지 않은 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데다 궁극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연준이 부패하고 위헌적이며 통화를 극도로 인플레이션시켜 결국 숨겨진 세금으로서 일반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결국 이익은 소수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구조를 연준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폴의 핵심 논지다.
폴의 이 책은 과격한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출간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베스트셀러 목록 6위에 오를 만큼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금융위기 당시 월가 은행들의 만행에 질린 국민들이 금융 체계의 문제점에 그만큼 공감했다는 뜻이다.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의 재집권에 맞춰 '연준을 끝내자'는 문구를 꺼내 들고 머스크가 '100점'으로 화답한 것은 연준을 둘러싼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그림자 연준 의장'이라는 구상을 꺼내 들어 파월을 압박하겠다는 생각마저 가지고 있다. 그림자 연준 의장 구상은 파월을 공식적으로 해임하지는 않되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미리 선임함으로써 파월에 조기 '레임덕'을 가져오겠다는 게 골자다.
그림자 연준 의장이 당장은 실행하기 어렵고 엄포의 성격이 다분하지만 여러 정황상 트럼프 2기에 연준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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