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모직 주총 통과 후 모직 자사주 매입 두고 격돌
檢 "물산 주주 권리 행사 방해" vs 李 "규정 준수해 진행"
양측 수백장 PT…25일 최종 변론 후 내년 결론 나올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원심은 어떠한 검토도 없이 피고인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맹종했습니다. 원심 판단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검찰)"
"검사의 주장처럼 위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변호인)"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변호인은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 회장 등 피고인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항소심 네 번째 공판에서 이렇게 충돌했다.
2주일 전 세 번째 공판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핵심 쟁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날의 초점은 합병 이사회 결의 이후에 맞춰졌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10여 가지가 넘어가는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재판부 설득에 열을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11 ksm7976@yna.co.kr
◇ 檢 "모직 자사주 매입해 시세조종" vs 李 "통상적 형태"
이날 양측이 격렬하게 맞붙은 쟁점 중 하나는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기간 중 진행된 제일모직의 자기주식 매입이 시세조종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뒤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이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해 시세조종을 범했다고 주장했다.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연동된 점을 이용해 제일모직이 주식매수청구 기간에 자기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자기주식을 KCC에 처분한 지 얼마 되지않아 자기주식을 매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검찰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과도한 주식매수청구로 불발됐던 점을 피고인들이 고려했다고 봤다.
검찰은 "미래전략실 지시로 삼성증권이 만든 제일모직 자기주식 매입계획 보고서에는 제일모직 최종 목표 주가를 17만원으로 산정하겠다는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며 "시세조종 고의와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17만원이라는 목표 주가 역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고려한 삼성물산의 목표 주가를 기초로 역산해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전체 자기주식 취득 수량 중 69%가 주식매수청구 기간에 집중됐다면서 이 기간이 끝나자 양사 주가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일모직과 증권사 담당자가 통화에서 특정 주가 수준을 언급하자 실제로 주가가 그렇게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담당자들이 "오전에 한번 올리겠다", "오늘 17만원 지켰으면 좋겠다", "어그레시브(공격적)하게 진행할 예정" 등의 의심스러운 대화를 나눴다고 검찰은 짚었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일모직이 자기주식을 산 것"이라며 "주주 권리 행사에 장애를 주는 행위라 부정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원심이 시세조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피고인들에 유리한 사실만을 인정해 잘못된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단순히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만으로는 시세조종이 인정되기 어렵다면서 인위적 조작에 의한 투자자 오인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자기주식 매입 제도 자체가 시세에 일정한 영향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주가관리'는 금융위원회가 보도자료에서도 사용하는 용어라고 강조했다.
또 제일모직의 자기주식 매입은 관련 법령과 제반 규정을 준수했으며 취득예정수량, 체결수량, 실시간 매매현황 등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규정을 준수해 이뤄진 자기주식 매입이 시세조종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자기주식을 매입하면서 목표 주가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면서 17만원이라는 가격도 삼성이 은밀하게 설정하고 달성하려고 한 금액이 아니라 당시 시장에서 누구나 예측했던 가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주총회 이후 제일모직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제일모직 자체 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자기주식 매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 측에 시세조종을 주장하려면 객관적 상황에 근거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면서 보강을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재판부, 검찰에 "개별 행위 부정성 문턱 못 넘는 것 아닌가"
이 밖에도 검찰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취득 사실을 공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자 이 회장 주도로 긴급 대응 전략을 수립해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우호 세력에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각, 허위 합병 정당화 명분 추가 개발, 우호적 언론 보도와 증권사 보고서 발간 유도 등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 유포와 사실 은폐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당시 자문사 직원들 사이에서 이뤄진 자조적 대화도 확인된다"면서 항소심이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엘리엇이 아르헨티나 국가 부도 위기와 회사 파산 등을 초래한 약탈적 헤지펀드라면서 이러한 '투기자본'에 대응하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합병이 이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해준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투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검사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설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주장한다"며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이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중요사항인지는 엄격히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 조직이 동원돼 합병 찬성을 권유하고 그 과정에서 위계를 사용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은 "법률 검토를 거쳐 간접적인 지원만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실제 계획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조직적 동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PB들의 규칙 위반이 어느 정도 확인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원심에 "부정행위 범위가 너무 넓고 대법원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표현이 있다면서 "원심이나 변호인이 다투는 부정성과 악질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검사 측에 물었다.
그러면서 모든 혐의의 개별 부분까지 문턱을 넘는다(유죄)는 부분을 종합 변론에서 주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마지막(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 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항소심의 결론은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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