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실질 급여 수준이 깎일 위기에 처했다.
내년도 인건비 예산을 사실상 늘릴수 없는 탓에 야근·주말근무 등에 따른 시간외 근무수당을 꼬박꼬박 챙겨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예산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에 인건비 예산을 추가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이 예산을 느슨하게 관리해 온 탓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번주부터 매주 안건 소위원회에 금감원 내년도 예산안을 올려 사전 심사에 들어간다.
금융위는 사업비, 인건비, 경비 등 금감원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항목별로 검토해 다음달 말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 안건으로 올려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도 인건비 인상률을 높여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한 상태다.
올해처럼 시간외수당 예산이 일찌감치 소진돼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전 직원들에게 더 이상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기 어렵다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청하라는 지침을 공지했다.
타 기관과 비교해 시간외 수당이 과도하게 많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른 것으로, 돈 대신 보상휴가 신청을 독려했다.
금감원은 8월까지 전체 시간외 수당 예산 중 72%를 소진했다. 올해 책정받은 예산으로 버티려면 9월에는 시간외 수당이 거의 나가지 않아야 했다.
시간외 수당 예산이 일찌감치 동난 것은 직원들의 추가 근무가 급증한 탓이다.
티메프 사태 해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점검,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에 각종 금융사고에 따른 긴급 현장검사까지 업무량이 크게 늘면서 야근과 주말근무가 이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간 외 근무는 전년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급·고정수당 등 금전으로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항목을 뺀 나머지 인건비 예산으로 초과근무수당 등을 지급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됐다"면서 "내년 금감원 업무가 갑자기 줄어들지 않는 이상 올해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은 시간당 약 7~8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에 10시간 이상 초과근무할 경우 100만원 가깝게 수당을 챙길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직원들은 대체휴가 보다는 수당을 선호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시간외 수당 예산이 바닥났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마냥 늘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건비는 다른 예산보다 엄격히 통제받는 항목인데다, 시간외 수당의 경우 금전이 아닌 휴가 등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어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공공기관에 준하는 예산지침을 적용받고 있다.
인건비 역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이 맞춰져 왔다.
금감원의 올해 인건비 상승률도 공공기관 예산지침에 따라 2.5%로 적용받았다. 이 이상 인건비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타 금융기관처럼 연초부터 인건비 예산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은 탓에 이번처럼 예산이 구멍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B' 등급을 받은 것은 이러한 예산 관리 부족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평가 등급은 S부터 E까지 6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7년 만에 A등급을 받았지만, 1년 만에 다시 한 단계 등급이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금융공공기관도 매년 인건비(시간외 수당)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보상휴가 활성화 등을 통해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도 엄격하게 심사해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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