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조달 적신호가 켜졌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재개한다.
최대 7천억원의 대규모 물량인 데다 연말 북클로징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수요예측 완판 가능성 등을 두고 시장의 관측이 분분한 배경이다.
HUG가 희망 금리 밴드 상단으로 4.1%를 제시하면서 후발주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HUG와 더불어 기업들의 채권 수요예측이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시장 구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달 급한 HUG, '1조→7천억' 축소에도 완판 미지수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오는 19일 최대 7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콜옵션을 설정했다.
HUG는 주관사 선정 당시까지만 해도 최대 1조원 조달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후 5천억원 모집에 7천억원 증액으로 선회했다.
물량을 줄였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히 단번에 7천억원을 소화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AA)만 해도 수요예측에서 5천27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모집액(3천억원)은 웃돌았지만, 증액 규모(6천억원)까지 채우진 못한 것이다.
이에 남은 물량을 주관사단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발행 금액을 6천억원까지 늘렸다. 발행 금리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4.6%로 확정됐다.
HUG의 경우 국내 최고 신용도를 인정받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보험사 신종자본증권과는 차이가 있다. HUG 신종자본증권은 'AA+' 등급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HUG 역시 7천억원을 완판시키는 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만 해도 시장에서 간신히 조달된 상황"이라며 "공기업의 자본성 증권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은 있지만 일부 공제회 등이 도와준다고 해도 물량 자체가 상당히 커서 7천억원은커녕 5천억원도 힘들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소셜본드(social bond)로 찍는 게 우량 기관에 투자 매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상당하다 보니 일반 채권으로는 소화가 안 될 듯해 ESG로 매력을 높인 모습"이라며 "일부 기관은 투자 심사 측면에서 ESG채권에 대한 허용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공기업이 ESG 채권을 찍는 건 흔한 일이다. 공기업의 경우 사업 대부분이 친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어 소셜본드로 인정받기 쉽다. ESG 조달로 공기업의 공적 성격을 강조하고 지속가능금융 흐름에 발맞출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일 수 있는 공기업의 ESG채권 발행에 이러한 관측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HUG의 이번 조달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드러난다.
◇절대금리 매력 뚜렷, 하위 등급 영향 우려도
HUG는 희망 금리밴드로 3.5~4.1%를 제시했다. 일반적인 회사채 발행 만기인 3년물을 기준으로 볼 경우 밴드 상단이 'A' 등급 회사채 금리(4.083%)보다도 높다. HUG의 콜옵션 기한인 5년물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AA-' 회사채 등급 금리(3.644%)를 훨씬 웃돈다.
이에 HUG의 이번 조달이 하위 등급의 회사채 발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막대한 물량 탓에 완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4.1%로 찍어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회사채 투자 매력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당장 같은 날 수요예측에 나서는 HS효성첨단소재(A)는 전일 2년물 민평금리가 4.134% 수준이었다. 사실상 절대금리만 비교해도 HUG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상당한 셈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회사채 발행이 이번 주 재개된다는 점에서 관련 부담이 실제로 작용할 경우 파급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분기 보고서 제출 시즌이 끝나면서 HUG를 시작으로 다수의 기업이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HUG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한 차례 발행을 연기하면서 조달의 시급함이 널리 알려진 상황이다. 7천억원 발행이 절실한 HUG 입장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금리 눈높이가 낮아질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조달을 연기한 사이 HUG가 이번에 7천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퍼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마냥 낮은 금리로 주문을 넣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UG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우량물을 담는 기관들의 관심이 클 텐데 거기다 발행금리 상단이 4.1%까지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층과 금리대가 겹칠 수 있는 'AA-' 기업들의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HUG 신종자본증권의 성격을 고려할 때 회사채 발행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HUG 신종자본증권은 신용도와 발행사 성격 자체가 다르다 보니 일반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라며 "투자자가 특정된 상품이라 발행금리가 높아지더라도 회사채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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