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신탁사들로부터 자문요청을 받다 보면 간혹 신탁계약, 협력업체와 체결된 각종 용역계약을 해소(해지)하는 방안을 묻곤 한다. 이러한 계약들은 일정 기간 사업 추진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속적 계약"에 해당하는데,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계약상 적용 가능한 해지 조항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관련 법령에서 해지 근거를 찾으려 해도 도시정비법, 신탁법 등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민법에 호소하게 되는데, 민법은 계약상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해지권 발생에 대한 일반 규정을 두지 않고 각 전형계약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마땅한 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물론, 대법원은 계속적 보증계약과 같은 계속적 계약관계에서 "중요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는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다카1381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등), 비전형 계속적 계약의 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안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돼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된 경우" 해지권을 인정한 바가 있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7826 판결). 다만 대체로 위와 같은 사유가 인정될 것으로 단언할 수가 없어 우선 합의해지를 시도하라고 권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는 법률행위·채무불이행·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하고 그 취지를 해설한 '계약법 개정이유서'를 공개했다. 위 개정안에서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는 계약 수정 및 해제·해지 조항을 실정화했을 뿐만 아니라(위 개정안 제538조의2) 계속적 계약에 적용되는 일반적 해지 사유를 명문화했다(위 개정안 제546조). 특히 위 개정안 제546조 제1항에서는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상대방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대방은 즉시 이를 해지할 수 있다."라며 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는 경우에도 계약상 의무위반으로 인한 특별해지권을 인정했다.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도 의무위반에 따른 계약 유지의 곤란함을 이유로 한 해지권을 인정한 적이 있으나, 명문의 근거 없이 해석상 인정되던 것인 만큼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적용 여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는바, 위 개정안과 같은 명문의 규정이 마련될 경우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기대된다.
위 개정안 제546조의 내용은 현행 민법의 관점에서도 법리적 근거가 있다고 평가되는 바, 현행법 하에서도 위 개정안과 같은 계약 조항은 그 효력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적 계약의 경우 당사자 쌍방의 신뢰를 기초로 하고 계약기간이 긴 만큼 계약상 의무위반도 실로 다양하여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사유를 유형화하기가 어렵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를 문제로 삼을 경우 계약이 무산될 우려도 있겠으나, 적어도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와 같은 엄격한 요건의 해지 조항 또는 구체적으로 유형화된 해지 조항에 더하여 위 개정안 제546조 제1항과 같은 조항을 두어 상대방의 의무위반 시 해지로써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충정 양아람 변호사)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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