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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증시로 못 이어지는 K문화 열풍

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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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uBEA38wDh4]

※ 이 내용은 11월 19일(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송하린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국내 증시 회복력이 해외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한국 증시만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가 올해 초 우리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무색할 정도인데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 금융부 송하린 기자가 현지 취재해 왔습니다. 이번에 노르웨이, 싱가포르, 호주 연기금을 방문하고 왔다고요.

[송하린 기자]

전 세계 가장 큰 국부펀드 자금을 굴리는 노르웨이연기금(NBIM)을 비롯해 아시아 투자자금이 몰리는 싱가포르, 한국 시장 내 존재감이 부쩍 커진 호주 현지를 다녀왔는데요.

이번 출장에서는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올라간 걸 느끼고 왔습니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대표 싱어송라이터인 브루노 마스와 함께 낸 '아파트'라는 노래가 갓 나왔을 때 호주 시드니를 다녀왔는데요. 음식점 옆 테이블에 앉은 현지인이 그 노래를 듣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케이팝을 비롯해 음식까지 K문화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호주에서는 Z세대들의 대학 졸업기념 여행지로 한국이 부쩍 떠올랐다고 합니다.

실제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등 각지에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한 한인 운용사 대표도 한 주에만 고객들한테 한국 여행지 추천 요청을 3건 받았다고 합니다. K문화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한국 투자시장에 대한 문의도 종종 있다고 하고요.

[앵커]

투자 문의 같은 경우 상담을 받으면 실제 투자로도 이어집니까.

[기자]

투자로 아예 안 이어지는 건 아닌 듯합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부진론이 피어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8월 말 기준으로는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가 802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5% 늘었습니다. 특히 호주 국적을 가진 투자자들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규모가 29조8천2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6.6%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K컬처 말고도 삼성, 현대와 같은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 효과도 큰데요. 자국 내 인공지능 등 차세대 기술 밸류체인이 부족한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해외 투자 시에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1990년대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 등 모바일 혁신 선두 주자를 보유했던 유럽은 현재 그 자리를 미국에 빼앗긴 상황이잖아요.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모두 미국에 있고, 그 외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 등 아시아 기업들도 대표적인 기술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노르웨이나 호주 내 고액 자산가들은 해외주식에 배정한 자금을 투자할 때 '기술주'를 중심으로 선별해서 투자하고 있어요.

물론 한국보다는 미국 투자가 대부분이긴 한데요, 호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X에서도 주식형 ETF 중에서는 미국 주요 기술주인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을 담은 'FANG+ ETF'가 순자산이 제일 큽니다.

하지만 기술주를 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 투자 규모가 꽤 늘어난 곳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노르웨이 최대 개인연금 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가 올해 액티브펀드 내 한국 투자 규모를 10% 늘렸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삼성전자가 코스피 대장주다 보니까 포트폴리오에 상대적으로 많이 담기는 부분이 있겠죠?

[기자]

맞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아시아 시장을 전문적으로 보는 펀드 매니저들은 생각보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관심 있게 봤는데요. 노르웨이 DNB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했습니다. 통상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위주 투자에서 한국 증시 투자를 다변화한 거죠.

[앵커]

그런데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가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뭐라고 합니까?

[기자]

첫 번째로는 한국 경제 성장률 둔화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밸류업을 기대했던 DNB 매니저도 최근 한국 주식 비중을 낮췄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한국 경제가 내림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이 환율, 주식 등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시장 접근성 등을 생각하면 신흥국과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MSCI에서도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데요. 한국 시장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준으로만 보면 이미 신흥국이라고 불리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GDP는 지난해 1조8천390억달러로 2022년 1조7천994억달러에서 단 2.2% 증가했습니다. OECD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도 2.5%로 전망했는데, 국내에서는 금융연구원이 그보다도 낮은 2.2%까지 낮췄죠.

반면 OECD는 인도의 GDP 성장률은 6.7%로 내다보고 있어요. 아시아 시장으로 함께 묶이는 인도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7% 안팎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시아 펀드 매니저들도 한국보다는 인도에 관심이 쏠려있었는데요. 저도 노르웨이, 호주 등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보니 한국 주식을 물어봐도 자꾸 물어보지도 않는 인도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이는 MSCI 신흥국 내 비중 변화로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2004년 18.67%에서 2024년 11.67%까지 낮아졌는데요. 중국(24.42%), 인도(19.9%), 대만(18.77%)에 밀린 4위입니다.

[앵커]

선진국 지수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흥국으로 보기도 어렵고, 애매한 상태라는 거군요.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온 일명 오너 리스크도 큰 몫을 하고 있겠죠?

[기자]

최근 문제가 재차 대두된 오너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한국시장 내 특수한 어려움으로 꼽힙니다. 호주 재무 자문 전문 운용사 대표는 한국 관련 기업설명회(IR)를 하면 다들 지배구조 리스크를 물어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오너의 사법 리스크 등도 우려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는데요. 호주 내에서도 한 소프트웨어 회사 CEO가 바람으로 이혼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린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 호주의 광산업체 포르테스큐 메탈스 그룹 회장은 이혼을 발표하면서 "우리 우정은 여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부부 공동 지분 36%가 분리되면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거죠.

[앵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요.

[기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공매도 제도입니다. 호주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FTSE 관계자는 가격 발견 기능을 하는 공매도 제도가 선진 시장에서는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내 한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원래 헤지펀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섹터별 분산이 잘 된 한국 시장을 좋아했다"며 "그런데 작년 공매도 금지로 인해 개별주식선물로 헤지(hedge·위험 분산)를 해도 운용상의 제한이 있고, 이런 제약을 풀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공매도 금지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정책 불확실성이라고도 해요. FTSE가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를 원점으로 바로 돌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문으로 명확하게 공유가 됐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또 문제가 기업들 공시가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도 언급했습니다.

[기자]

삼성이나 LG 등에서는 기업설명(IR)에서 영어를 사용하지만, 많은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한국의 미드캡, 스몰캡 기업은 공시를 시기적절하게 제공하지 않고, 공시하더라도 이후 상호작용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투자할 때 적용되는 세금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기자]

가장 먼저 '배당' 관련 복잡한 세금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이 배당투자를 하기에는 불리한 세제라는 거죠.

한국에서는 배당소득의 15.4%를 배당세로 납부해야 하는데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종합소득세율까지 적용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연간 8천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사람이라면 2천만원까지는 배당소득세 15.4%를 원천징수하고, 나머지 6천만원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종합소득세율인 24%를 적용하죠.

거기다 금융소득이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건강보험료도 인상이 되는데요. 이때 건보료는 6천만원이 아닌 전체 8천만원에 대해 7.09%를 부과하게 됩니다.

한국맥쿼리증권의 황찬영 대표는 "배당수익률이 4%만 넘어가도 5억원 이상 배당주에 투자하면 불리해진다"고 지적하면서 "밸류업이 되려면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노후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투자자들이 배당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 투자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단타 위주로 주식을 운용하는 실정입니다. 한국 전체 주식시장 내 개인 투자자 지분은 20%지만, 거래량으로만 보면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 가까이 됩니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30%를 차지한다고 추정되는 인컴펀드에서도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일즈하지도,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또 다른 세제에 관해서도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그 외 증여, 상속세 언급도 나왔습니다. 호주에는 전문 시험을 거쳐서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재무사라는 전문 직종이 있는데요. 호주에서 만난 한 재무사는 "밸류업 정책도 중요하지만, 증여·상속세 등 주주에게 도움 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본질적인 한국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호주에는 증여세와 상속세가 없습니다. 회계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계 처리를 하는 한국과 달리 경제적인 활동이 일어났을 때 회계처리를 하기 때문인데요. 부동산 상속시에는 집값의 4~5% 정도인 취득세는 납부해야 하지만, 주식 등 기타 자산 증여시에는 별도로 발생하는 세금이 없습니다.

증여세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환경인 거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에도 장기보유를 장려하는 마법이 있는데요. 거주용 부동산은 양도소득세가 비과세고요, 투자용 부동산이나 주식 등은 1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액의 50%를 할인 적용받습니다. 호주 투자자들이 단타를 잘 안 하는 이유입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부 송하린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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