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권 신탁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허용하자, 각 업종에서 상품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업권별로 신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 보험사 새 먹거리…은행·증권 계열사 협업 움직임도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신탁이 가능한 보험 청구권 요건을 규정해 신탁 상품이 출시될 수 있게 했다.
고객의 보험 데이터와 가장 밀접한 보험사에서는 일찍이 관련 신탁 상품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등 국내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국내 종신보험 시장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2017년 87조원에 달하던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신계약 누적액은 지난해 기준 50조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리게 되면서 대부분의 종신보험 가입자가 신탁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계약 잔액은 883조원인 만큼 신탁 시장은 보험사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예정이다.
당국에서 허용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대상은 3천만원 이상 일반 사망 보장에 한정된다. 보험계약대출과 재해·질병 사망 등 특약 사항에 관한 보험금청구권은 신탁이 불가하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종합재산신탁업 라이선스를 가진 곳은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 등 5곳이다. 흥국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해 신상품 개발과 운영 관리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계열 생명 보험사들도 은행이나 증권 계열사를 활용해 신탁 시장에 참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 금융권별 신탁 시장 선점 노력…증권업계 "투자수익 강점"
은행은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보험사는 종신보험과 신탁 동시 가입과 보험 데이터 접근성 등 편의성을 강점으로 꼽는다.
증권사나 은행의 보험금 신탁은 무엇보다 보험사와의 협업 관계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감액이나 약관 등에 대해 서로 소통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고객 중 보험계약자를 중심으로 신탁 상품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증권사는 타 업종 대비 투자 수익에 더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은행과 보험사에서만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첫날 하나은행, 삼성생명, 흥국생명 등에서 첫 계약이 체결됐다.
증권사로서는 보험수익권을 신탁으로 전환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험사가 예금 등 원리금 보장성 상품으로 신탁 자금을 관리한다면, 증권사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률까지 추구하는 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다양한 주식, 펀드 등으로 운용할 수 있으니 확실히 보험사 대비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보험계열사가 없을 때 전략적으로 보험사의 고객 데이터가 공유될 수 있는 방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린 가운데 앞서 유언대용신탁 상품도 은행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말 8천8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3조5천억원 4배가량 증가했다. 증권사도 유언신탁과 증여 신탁을 지속해서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 규모는 1천310조원이다. 2020년 1천39조원 규모에서 3년 사이 26% 넘게 시장이 커졌다. 올 3분기 기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합친 규모(약 1천80조원) 대비해서도 신탁 시장 규모가 더 크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추가되면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 시장 더 활성화되려면…"가업승계 신탁 법안 통과 필요"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리게 됐지만, 가업승계 신탁, 수익증권 지분거래 신탁 등에 대한 조속한 활성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작년 말 21대 국회에서 신탁업 활성화 방안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자본시장법상 가업승계 신탁에 포함된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최대 15%로 제한된다. 또한 피상속인이 40% 이상(상장법인은 20%)의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데 신탁사가 소유한다면 기간이 제외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언대용 신탁에 위탁된 주식도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명확한 입장이지만 국회 쪽에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촬영 안 철 수]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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