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여의도에서 가장 유명한 이(李) 씨이자, 증권맨의 첫사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증권업계 메신저 '미스리'가 다음 달 서비스를 종료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그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업계에서는 미스리와 함께한 20여년의 세월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하고 있다.
21일 메신저 운영사인 미소앤클라우드에 따르면, 미스리는 다음 달 1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종료일을 기준으로 미스리 메신저와 대화방 전체의 기록이 사라진다.
미소앤클라우드는 서비스 종료 공지에서 "그동안 미스리 메신저를 사랑해주신 이용자분들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최근 더 이상 이용자분들께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때 여의도의 모든 소식은 미스리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스리는 1998년 서비스 개시 이후 그룹 전송, 대화방이 아닌 쪽지 형식의 빠른 속도가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증권가를 휘어잡았다. 먼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성FN'과 미스리는 정보 플랫폼의 양 축을 담당해왔다.
미스리의 등장과 공시제도 활성화 이후 과거 증권사 내 정보의 수집, 관리, 배포를 전담한 조직이 사라지는 등 여의도에도 그녀의 등장과 함께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장중 주요 정보를 돌리는 '메돌이'도 등장했다. 현재 텔레그램을 통해 시장 관련 주요 소식을 전하는 '방장'의 시조 격인 셈이다.
정보 업무를 전담해왔던 인력들이 변화에 발맞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들은 시인 뺨치는 문장 실력과 따듯함이 베인 글로 여의도의 아침을 깨우고, 증권맨들의 퇴근길을 응원하기도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증권업계에서 미스리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를 악용한 세력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대대적인 여의도 '찌라시' 단속에 정보상의 움직임이 잦아든 것도 잠시, 2012년 초 북한과 관련한 루머가 미스리를 통해 조직적으로 퍼지면서 금감원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공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북한 영변 경수로가 폭발을 일으켜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미스리에 퍼졌는데, 오전 11시께 퍼지기 시작한 소식은 장 마감 한 시간 전까지 코스피를 2% 넘게 내리눌렀다. 옵션 만기일을 앞둔 시점, 외국인의 거래 패턴과 얇은 수급을 노린 작전세력의 허위 소문 유출로 결론이 났지만, 미스리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 중 하나다.
이 밖에도 각종 종목의 허위 소문을 유포하는, 지금 시각에서 보기엔 다소 투박한 방식이 시장을 어지럽게 했다. 이러한 '명성'에 힘입어 주가 조작 세력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어김없이 미스리 메신저가 등장한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주식을 소재로 한 영화 '작전'에서는 등장인물의 미스리 아이디를 통해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사내 메신저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미 이사를 간 증권맨들도 미스리의 서비스 종료 소식에 아쉬움을 표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잘 안 들어가 봤지만, 과거 수년간 출근과 동시에 미스리에 로그인하는 게 루틴이었는데 완전히 사라진다니 어색한 기분"이라며 "미스리에서 돌았던 소식을 몰라 혼나거나, 관련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라는 주문을 받아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 시절만의 감성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직장이 바뀌어도, 미스리에는 항상 '로그인'되어 있었던 만큼 커리어를 함께 쌓아 온 동반자였다"고 추억했다.
[출처 : 미소앤클라우드 홈페이지]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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