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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LTV 담합' 결론 유보에 "아쉽다"…법리공방 또 반복

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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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원회의 재심사 명령…후폭풍 커 신중한 입장 취한 듯

연내 결론 쉽지 않아…CD담합 때처럼 수년 걸릴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해 재심사를 결정했다.

수천억원대 과징금 부과 위기에 몰렸던 은행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은 공정위가 가격 결정 행위를 담합의 틀로 묶어 위법한 것으로 몰아부친 것에 대해 일단 제동이 걸린 만큼 재심사 과정에서 법리적 정당성을 추가로 확보해 의혹을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공정위 간 '교통정리'도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는 21일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대해 재심사를 명령했다. 지난 1월 은행들에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발송한 지 11개월 만이다.

◇'정보교환' 담합 결론에 신중…파장 커 부담

재심사 명령은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법령해석 과정에 착오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다시 심사할 것을 명하는 것이다.

이번 LTV 담합 사건의 경우 재심사 명령 조건 중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되거나 사실의 오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는 재심사가 은행들의 무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담합이라고 결론 낼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서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사무처와 은행 간 이견이 크다보니 양측 주장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의미라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내 종결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문제 해결을 지시하자, 4대 은행이 LTV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하고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현장조사 등을 통해 4대 은행이 물건별 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고 파악하고 지난 1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가 속도감 있게 심사를 진행하면서 올해 안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행의 LTV는 부동산 위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중요한 가격 정보인데 이 부분을 교환해 비율을 정하는 것은 가격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최초로 시행되는 담합 사건이라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사건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적용 사례였던 만큼 공정위 전원회의가 재심사 명령을 내린 것은 그만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7천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시장 경쟁을 제한해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은행이 경쟁사의 LTV 정보를 몰랐다면 경쟁적으로 LTV를 높이면서 대출 유치에 나섰을 텐데 정보 교환으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해 전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논리다.

반면 은행들은 LTV 정보 공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에 불과하다며, 정보 교환으로 실질적으로 이득을 본 게 없는 만큼 정보를 담합할 유인이 없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향후 송사로 이어질 경우 법리적 논쟁이 치열해 질 수 있는 만큼 전원회의의 재심사 명령은 결국 사실관계부터 다시 파악하라는 의미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결론이 이동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LTV가 금융위의 거시건전성 안정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부처 간 충돌 우려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반복되는 '담합' 꼬리표에 피로감

무혐의 결론을 기대했던 은행들은 공정위의 재심사 결정에 안도하면서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일관되게 LTV 담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소명이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충분히 소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재심사를 하라는 결론이 나니 힘이 빠진다"며 "다시 소명 절차를 밟고 결론을 기다리는 과정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공정위 재심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올해 중으로 결론이 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무혐의로 결론이 나기까지 또다시 치열한 법리적 공방을 벌어야 하는데 영업 활동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경영 활동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도 4년 넘게 이어지다 2016년 증거 불충분으로 종료된 바 있다.

재심사를 위해선 공정위가 다시 자료를 받아 조사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심사보고서로 정리하면 은행이 다시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등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심사 과정 중 부처 개각 등이 단행될 경우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안건이 재상정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면서 "해외에서는 이런 담합 의혹이 불거지면 주무부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우리도 이러한 지난한 싸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처 간 교통정리부터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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