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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PF개선안으로 부동산판 김선달 막을 수 있나

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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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이 단어가 지금은 국민 경제상식이 되다시피 한 것은 부동산 PF가 일으킨 부정적인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지난 2022년 하반기 강원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으로 불거진 단기채권시장 파동, 그로 인해 빚어진 몇몇 대형건설사의 위기와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멀게는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으로 대표되는 저축은행 위기 사건을 들 수 있다.

부동산PF는 왜 주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말썽꾸러기로 떠오르는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인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는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건설사 등 제삼자의 보증에 의존해 부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 원인이다"라고 명확하게 지적했다.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비율은 왜 문제를 일으키는가. 상세한 설명이 KDI의 보고서에 나와 있지만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100의 비용이 드는 부동산PF 사업에 3의 자기자본을 가진 시행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업의 수익이 5라고 할 때 사업 전체의 수익률은 5%가 된다. 그런데 3의 자본을 투입한 시행사의 입장에서 수익률을 따져보면 166%의 수익을 내는 사업이 된다.

이를 바꿔서 말하자면 총자산수익률(ROA)은 5%인데 자본수익률(ROE)은 166%라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사회적 관점에서는 5%보다 더 높은 수익이 나는 곳에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시행사의 관점에서는 무조건 이 사업을 관철해야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설령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시행사는 3의 손실만 볼 뿐 전체 사업비 100은 건설사 혹은 금융사 등 다른 사업관계자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PF사업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의 문제점

[출처: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KDI]

부동산PF의 기형적인 비용, 이익구조가 극명하게 드러난 최근의 사례는 이른바 '대장동 사건'으로 불리는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이다. 이 사업 시행사는 '성남의뜰'이라는 PFV인데, 이 회사는 2018년~2020년까지 3년 동안 6천4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이를 대부분 보통주 주주였던 SK증권과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배당했다. 회사 자본금 50억원 중 3억5천만원가량을 출자했던 이들 보통주 투자자는 4천31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익률이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벌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의 행태는 공적 자원인 대동강물을 팔아 돈을 벌었던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에 견줄 수 있을 듯하다. 한때 사라졌던 부동산판 김선달들은 금리 인하와 맞물려 다시 금융권과 건설사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PF제도개선안은 이를 막을 수 있는 자기자본비율 규제 도입을 유보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PF사업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명시적으로 규제할 경우 주택공급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시행사의 자기자본규모에 맞춰 사업규모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KDI에 따르면 국내 시행사의 평균자기자본 비율은 11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PF사업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20~30%로 강제한다고 가정하면 사업규모가 300억~5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설령 잘못되더라도 국내 금융시스템에서 충분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대규모 철거, 이주에 따른 주택시장 혼란도 줄일 수 있다. 대형단지가 주는 이점을 중소규모 주택단지에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정책적 대안만 마련할 수 있다면 상위 10위권 대형건설사가 독식하다시피 하는 주택시장에서 중견, 중소건설사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KDI는 부동산PF 보고서에서 이익은 민간사업자가 독식하고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이런 제도는 개혁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면 지금보다 진일보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산업부 남승표 기자)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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