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금융당국이 무궁화신탁에 가장 높은 수위의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신탁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신탁사의 경영 부담을 키우는 '책임준공 신탁'의 여파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자본 확충 능력이 부족한 부동산 신탁사는 파고를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무궁화신탁에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고 조치인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다.
적기시정조치란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돼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유상증자, 자회사 정리 및 금융지주로의 편입 등 적절한 경영개선조치를 하도록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조치다. 재무 상태에 따라 권고·요구·명령의 3단계 처분이 내려지고,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업체는 건전성 개선방안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10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강한 수준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NCR은 69%로 확인됐다. 이는 무궁화신탁이 공시한 NCR 125%에서 자산건전성 재분류, 시장위험액 과소계상 등을 시정한 결과다.
신탁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신탁사의 부담을 키운 '책임준공' 상품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자금력이 열위한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면, 금융 대주단이 신탁사 신용을 담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주는 사업이다.
시공사가 특수한 사정으로 책임준공을 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자체 자금(신탁계정대)을 투입해 공사를 이어가야 한다. 통상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보다 6개월이 추가된 기한 내에 준공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른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책준 신탁 상품이 2021년 가장 활발했는데 그때 발생한 부실이 올해 표면화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미 많은 신탁사가 쳐다만 보고 있는 상황이고 대주단과 소송전이 시작되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궁화신탁은 금융그룹 산하의 부동산 신탁사와 달리 중소규모의 사업에 참여한 탓에 부실의 여파가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이다.
책임준공 신탁은 신탁사의 신용을 보기 때문에 대형 신탁사는 비교적 우량한 시공사와 규모가 큰 사업을 진행하지만, 중소형 신탁사는 영세한 시공사와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A 신탁사 대표는 "금융그룹 계열 신탁사가 아니다 보니 비교적 작은 규모의 책준 사업을 많이 했을 것이다"며 "PF 사업의 시행사나 시공사가 비교적 열위하다는 건데, 이는 사업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업계에선 자본 확충이 어려운 중소 규모의 부동산 신탁사 위주로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위험액) 한도 도입 등 부동산신탁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NCR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신탁사가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부동산 신탁사의 NCR 산정에 들어가는 위험액을 더욱 보수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업계에 미칠 영향력이 큰 만큼 이를 발표할 시점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도 개선이 본격적으로 발표되면 무궁화신탁처럼 개인 대주주 계열의 증자 여력이 부족한 신탁사는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다만 PF 침체로 부동산 신탁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점은 활발한 구조조정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지난해 부동산 신탁 계열사가 없는 NH농협금융지주가 신탁사 인수를 추진했으나 신탁업계 업황 악화 등으로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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