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 수주는 늘지만…미수금도 매년 1.4조원 이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높아진 공사비와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거나 거래액이 수정되는 일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E&A는 지난달 28일 2020년 1월 알제리에서 수주한 1조9천억원 규모의 정유 프로젝트 공사 건에 대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삼성E&A는 해지 주요 사유를 "계약조건 변경 협의 결렬로 인한 발주처의 계약 해지 의향 통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이면 사실상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기 직전이다.
이후 글로벌 건설 시장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으며, 이후 이어진 물류 대란과 각국의 대규모 부양책,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글로벌 물가가 고공 행진했다.
삼성E&A가 발주처와 계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는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수지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E&A 관계자는 "수주 후 코로나19 상황으로 설계 일부만 수행하고 그 이후에는 거의 진행이 되지 않았다"라며 "계약 조건 변경과 관련해 합의가 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거래는 스페인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와 공동 수주한 것으로 총계약 금액은 4조3천억원이지만, 삼성E&A의 계약분은 약 1조9천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삼성E&A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건설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아마 공사를 계속하면 손실이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발주처와 협의를 해왔을 테지만, 설계를 변경해 과업을 줄일지, 아니면 공사비를 현실화할지에 대해 협상이 안 됐을 것이다. 공사에 들어갈 때 발생할 손해와 매몰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접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계약한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프로젝트의 계약 금액을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3조2천759억원가량이었으나, 3조777억원가량으로 2천억원가량을 감액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공시에서 "발주처 요청에 따른 역무 조정으로 계약 금액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에 보면 패키지4의 계약 금액이 기존 5억4천900만달러+59억5천900만리얄에서 5억900만달러+55억3천300만리얄로 하향 조정됐다. 감액된 계약 금액은 2022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액 대비 1.12% 수준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4번 패키지 중에서 메인에서 떨어진 지역에 플랜트 냉각시스템을 건설하는 것으로 입찰때부터 수행주체가 불분명했었다"라며 "최근 아람코에서 해당 공사의 수행주체를 결졍하면서 우리 거래액을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해당 거래를 수주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으며, 연이어 이어진 중동에서의 수주 소식에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0월 말 기준 285억2천585만달러가량(약 39조8천3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전체의 53.3%는 중동에서, 17.8%는 아시아에서 수주한 것이다.
2020년 이후 해외건설 수주액은 연 300억달러(약 42조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2021년 이후로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도 333억달러(약 46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2년~2014년 650억달러를 웃돌던 때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지만, 국내 건설업계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건설사들에는 해외 수주가 하나의 돌파구가 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 수주는 국내보다 돌발 변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어려움이 있다. 정치적 상황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변경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한화건설은 2년 전 총사업비 14조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서 공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철수한 바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2027년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주택 10만80가구와 사회기반시설 등을 지어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역대 최대 해외 수주 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내전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사업이 우여곡절을 겪다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한화건설은 결국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뗐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해외 건설 부문 미수금은 13억6천303만달러(약 1조9천3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사를 끝내고도 공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국가가 29개국이나 된다. 미수금 규모는 2021년 11억9천958억달러, 2022년 13억5천537억달러, 2023년 13억6천303만달러로 꾸준히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 이상의 미수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참고]
*2021년~2024년 8월까지 해외건설 미수금 현황(국가별)/ 단위 천달러
| 2021(34개국) | 2022(34개국) | 2023(29개국) | |||
|---|---|---|---|---|---|
| 국가 | 미수금 | 국가 | 미수금 | 국가 | 미수금 |
| 이라크 | 660,186 | 이라크 | 655,252 | 이라크 | 342,348 |
| 베트남 | 130,030 | 이집트 | 159,175 | 멕시코 | 233,020 |
| 리비아 | 77,295 | 베트남 | 158,310 | 이집트 | 168,534 |
| 인도 | 51,512 | 리비아 | 77,655 | 베트남 | 151,372 |
| 적도기니 | 31,565 | 인도 | 49,469 | 리비아 | 78,655 |
| 이란 | 30,489 | 말련 | 35,059 | 인도 | 55,018 |
| 사우디 | 29,402 | 가나 | 33,764 | 카타르 | 53,225 |
| 이집트 | 26,655 | 적도기니 | 27,950 | 쿠웨이트 | 42,343 |
| 말레이시아 | 24,447 | 사우디 | 19,651 | 적도기니 | 36,362 |
| 알제리 | 22,520 | 알제리 | 17,771 | 사우디 | 33,954 |
| 베네수엘라 | 21,288 | 이란 | 17,513 | 가나 | 33,764 |
| 터키 | 13,981 | 튀르키예 | 13,981 | UAE | 23,373 |
| 몽골 | 11,994 | 시에라리온 | 13,261 | 알제리 | 20,446 |
| 스리랑카 | 10,647 | 스리랑카 | 12,536 | 이란 | 17,513 |
| 쿠웨이트 | 9,612 | 파키스탄 | 11,544 | 말련 | 13,196 |
| 가나 | 7,772 | 카타르 | 11,444 | 시에라리온 | 12,456 |
| 파키스탄 | 7,063 | 쿠웨이트 | 9,612 | 스리랑카 | 10,494 |
| 오만 | 5,877 | 오만 | 5,877 | 요르단 | 9,582 |
| 모잠비크 | 4,867 | 요르단 | 5,152 | 파키스탄 | 7,922 |
| 중국 | 4,417 | 투르크 | 3,500 | 오만 | 5,877 |
| 투르크 | 3,500 | 방글라데시 | 3,175 | 바레인 | 4,191 |
| 시에라리온 | 3,113 | 모잠비크 | 3,120 | 우즈벡 | 3,100 |
| 파나마 | 3,000 | 몽골 | 2,443 | 몰디브 | 1,940 |
| 방글라데시 | 2,280 | 니카라과 | 1,914 | 에티오피아 | 1,421 |
| 탄자니아 | 1,582 | UAE | 1,160 | 카자흐 | 1,290 |
| UAE | 1,336 | 중국 | 1,042 | 네팔 | 800 |
| 인도네시아 | 887 | 인니 | 887 | 모잠비크 | 412 |
| 네팔 | 660 | 에티오피아 | 750 | 탄자니아 | 377 |
| 우간다 | 556 | 네팔 | 660 | 우간다 | 50 |
| 우즈벡 | 378 | 우간다 | 556 | ||
| 미얀마 | 315 | 우즈벡 | 378 | ||
| 수단 | 218 | 탄자니아 | 377 | ||
| 보츠와나 | 119 | 미얀마 | 315 | ||
| 요르단 | 18 | 수단 | 123 | ||
| 총계 | 1,199,581 | 1,355,376 | 1,363,035 |
<출처: 국토교통부>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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