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들 "'앞으로'가 문제" 한목소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비상계엄 이후 높아진 정치적 불안정성이 국내 금융시장에 장기적으로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연기금 중 한 곳은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주식을 해외주식의 절반 규모로 줄여나가겠다는 자산 배분 계획을 확정했다.
국내 연기금 CIO들은 간밤 비상계엄 사태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한낮이 아닌 밤사이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일어나면서 '소동' 정도로 마무리가 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 안팎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후 1,442.0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오전 9시 1,418.1원으로 출발하는 등 낙폭을 빠르게 줄여갔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라고 연기금 CIO들은 한목소리로 걱정했다.
A 공제회 기금운용 담당자는 "아침 회의에서 금융리스크를 점검했는데, 다행히 국내증시가 많이 빠지지 않아서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대응하려고 한다"면서도 "국내보다는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장기투자자인 만큼 국내 연기금·공제회는 당장 일어난 문제로 자산 배분 계획을 수정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역·자산군별 시장을 살펴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인 이슈를 주목지 않을 수 없다. 그 여파로 예상되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금융시장에 장기적으로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B 연기금 CIO는 "시장을 보면서 대응하려고 했는데 시장은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금융보다는 정치적인 문제가 더 클 것 같다. 정치적인 불안정성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 공제회 CIO는 "국가 신인도에 타격이 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이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이벤트가 터지는 남미 국가처럼 인식될 것"이라며 "앞으로 야당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거나 탄핵을 진행하는 등 정치적인 혼란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경기가 굉장히 안 좋고 삼성전자 등 주력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구심이 생긴 시기인 데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경제에 줄 영향도 불확실한 상황인데, 여기에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며 "오늘 당장은 패닉이 안 오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고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반기업적 정책들이 힘을 받으면서 한국 금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D 연기금 CIO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투자소득세나 상법 개정 등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활동이나 정치, 사회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전망이 어두운데 여기다 반기업적 정책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이 장기적으로 어두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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