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계팀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7일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됨에 따라 재계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해 재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한국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함에 따라 무역·통상 등 산업 근간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4.12.7 ondol@yna.co.kr
◇ 국가 리스크 확대로 거시경제 불투명…수출·내수 모두 비상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이 상정되기까지 각종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피해 최소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출 제조 기업은 더욱 혼란해진 정국 상황에 각종 투자 및 법률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가 신용도 하락 위험성 등으로 환율 및 금리 변동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대한 사회, 경제 환경이 안정되는 걸 원하는데 정치적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빨리 사회가 안정화돼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계에 상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상속세 개정, 반도체 특별법 등 풀어야 할 규제와 현안들이 있는데 정치적인 이슈로 논의 자체가 멈춰져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더라도 경제, 산업 관련 정책 이슈들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기업들의 사정을 봐가면서 협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그룹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들이 한국이 괜찮은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며 "가뜩이나 국제 정세와 통상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내 정세 리스크까지 커져 걱정이 많다"고 푸념했다.
C그룹 관계자 역시 "한국 정부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가 약화할 경우, 방산과 원전 등 주요 해외 사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했다.
D그룹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 등 재무적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그룹 관계자 역시 "정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외환 및 신용도 변화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해 노동조합의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수에 집중하는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이다. 다만, 소비 심리 악화나 물류망 마비 등은 업계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경영전략실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현 상황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과 롯데그룹도 "아직 별도 논의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소비 트렌드와 물류에 미칠 영향을 평가 중이다"며 "정국 불안과 관련한 비상 회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문제는 글로벌 사회에서의 입지'…외교·통상 기능 마비 우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도 산업 및 통상 여건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고보민 국립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산업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이 축소되거나 보류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무역 중소기업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아울러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시장도 둔화,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할 수 있다"며 "자영업 및 소상공인들은 현재의 불황 기조에 추가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늦어진다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경고하며, "정부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산업계와 무역 관계자들에게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해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불안정한 정국에 대한 우려는 실제로 해외 여기저기서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외교·통상적 논의는 우선순위 밖이 되기 때문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대우교수는 "일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좋지 않은 수단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한국 정국에 일본 측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으며 (한일 간 경제 및 통상) 협력 등도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 '2016년과는 다르다'…직접 피해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다만, 추후 탄핵소추안이 재상정되고 가결까지 가더라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는 기업 총수 등이 연루됐기 때문에 경영 공백이 발생했으나, 이번에는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영향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16년 탄핵 당시에는 전국경제인연합(현 한국경제인연합회)과 일부 기업들이 연관된 논란 때문에 파장이 엄청나게 컸다"며 "다만, 해외 투자 사업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경림 김용갑 유수진 최정우 정필중 김학성 기자)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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