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총자산 40조원을 돌파한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이로써 메리츠화재는 지난 2008년 퀀텀점프를 위해 도전했던 제일화재 인수 시도 이후 16년 만에 새로운 도약을 내다보게 됐다.
9일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앞으로 메리츠화재는 정밀 실사를 통해 최종적인 MG손보 인수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메리츠화재는 예보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MG손보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 MG손보 인수, 메리츠 외 대안 無
그동안 MG손보 매각을 두고 정치권에서 제기한 특혜 시비 등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었다.
당초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위해 주요 은행 금융지주를 모두 접촉했지만, 검토 결과 MG손보를 인수하겠다는 금융지주는 전무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 딱지가 붙어있는 한 금융지주가 인수한다고 한들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며 "비은행 경쟁이 치열한 금융지주에 필요한 건 빅딜이지 깨진 장독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는 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MG손보가 향후 추가 자본확충을 위해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따른 추론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44.4%로 당국의 권고치(150%)를 크게 하회한다. 3분기 들어 킥스비율은 더 악화했다.
최근 금융당국 주도의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한 무저해지 및 단기납 보험 해지율, 킥스 개선안 등이 반영되면 MG손보의 킥스비율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보험사의 건전성을 두고 의구심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사모펀드(PEF) 역시 대안이 되긴 어려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맞춰줘야 하는데 현재의 MG손보에 앞으로 투입될 자본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약속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딜"이라며 "가뜩이나 자본 확충 규모도 늘어 사모펀드 입장에선 더 많은 FI를 모집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2008년 제일화재 인수 시도 후 처음…메리츠 "실사 거쳐 최종 판단"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리츠화재는 시간만큼이나 주인도, 이름도 세월만큼 변해왔다.
메리츠의 전신은 동양화재다. 1956년 국내 손해보험사 중 처음으로 대한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동양화재는 이후 이화학당, 동방생명에 순차적으로 인수됐다.
현재의 메리츠화재의 본격적인 시작은 1967년 한진그룹에 인수되면서부터다. 당시 영국 로열보험과 자본 제휴를 맺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도약을 노렸지만, 부침은 길었고 이런저런 중위권 보험사로 명맥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랬던 동양화재가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지금의 메리츠화재 시대를 열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퀀텀점프를 예고하며 2008년 제일화재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범 한화가였던 제일화재는 결국 한화의 품에 다시 안기며 현재의 한화손해보험이 됐고, 메리츠화재는 이후 이렇다 할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았다. M&A라고 해봤자 2003년 파산한 리젠트화재의 일부 계약을 다른 손보사들과 함께 이전받은 게 다였다.
이번 MG손보 인수는 메리츠화재가 2008년 제일화재 이후 16년만에 시도한 M&A였다. 2022년 GA 지분 일부를 사들인 전례는 있지만 유의미한 시도는 아니었다.
사실 이번 딜을 숫자로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예보의 지원을 제외하더라도 메리츠화재 차원에서 조(兆) 단위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장은 MG손보 인수가 메리츠화재에 이득인지를 의아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메리츠화재는 주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딜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인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메리츠는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MG손보 인수를) 완주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예보 역시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에 배타적 협상 기간을 부여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험 계약자 보호, 예금보험기금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새로운 회사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관건은 고용승계와 정밀실사를 통한 예보 측의 자금 지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지에 달렸다"며 "아직 난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메리츠화재가 이번 딜에 도전한 이상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무사히 인수하더라도 시장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는 MG손보에 어떤 유무형의 가치가 있는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증명해야 한다"며 "자본 투입으로 인한 단기간 주가 부침은 있을수 있지만, 이를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민간 시장에 맡겨 정상화한 선례가 된다면 그 이상의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제공]. 2015년 메리츠화재 본관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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