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4년에 상상하기 어려운 12·3 비상계엄, 그리고 6시간 만에 이뤄진 계엄 해제 이벤트로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이후 이어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모든 부문에서 정책동력을 상실하는 모양새다. 이는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비상계엄 이벤트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전기·가스와 건설업종이다.
전기·가스 업종은 해당 기간 13.71% 하락했고 다음으로 건설주가 12.91% 떨어졌다. 전기·가스 업종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대왕고래 테마의 대장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해당 기간 22.18% 떨어졌다.
비상계엄의 근거로 들었던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 대표적으로 대왕고래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다 정권 교체 시 대왕고래 사업이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시장에서 주목한 것은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이었다. 그동안 건설주들은 업황 부진에 당국의 금리 인하 시기와 맞물려 건설 업황이 바닥을 찾길 기대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와 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은 윤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에 따라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정치적 혼란은 건설업황에 대표적 악재로 작용한다. 게다가 정국 혼란에 따른 환율 상승은 대다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건설사들에는 원가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건설업종 중에서 해당 기간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HJ중공업, 삼부토건, 수산인더스트리 순이다. 이들은 모두 20% 이상 하락했으며, 코오롱글로벌, HDC현대산업개발, 에쓰씨엔지니어링, 범양건영, 태영건설 등도 15% 이상 떨어졌다.
GS건설, 대우건설, 금호건설, 현대건설, HL D&I 등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도 12%~14%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58% 떨어진 것에 비해 2배 이상 하락한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촉진을 위한 각종 법안이나 야당이 반대해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같은 방안들이 의회를 통과하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실상 관련 법안들이 '올 스톱' 될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여러 차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규제를 완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대다수는 법안이나 시행령을 속도감 있게 개정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게다가 야당이 반대해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안도 야당의 동의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진 계획도 지지부진할 수 있어 건설업 바닥은 내년 초를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 공급과 관련한 관련 부처의 발언은 계엄 정국이 시작되고 6일 만에 나왔다. 지난 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각 부처와 산하 기관들에 민생안정과 국민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주택 공급과 관련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재정비와 뉴:빌리지 등 민생과 관련된 정책들과 해외 건설 수주 등 민간 지원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 계획된 정책 현장 방문과 민생 행보를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계엄 이벤트 다음날인 4일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점검하는 회의를 취소하고, 곧바로 간부회의를 열어 비상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시장에는 아무 코멘트도 내지 않았다. 당국의 침묵이 길어지는 동안 시장은 정권에 따라 다시 휘둘릴 부동산 시장의 운명을 걱정해야 했다. (산업부 윤영숙 기자)
[출처: 연합인포맥스 단말기 화면번호 3211]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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