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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심판이 직접 경기장 뛰는 한국 자본시장

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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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11 대 11 축구 경기를 생각해보자. 갑자기 주심이 한쪽 팀의 일원으로 뛰면 어떻게 될까. 균형이 무너져 게임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지금껏 일어난 일들이 이와 비슷하다. 시장 참여자 사이의 경쟁에서 심판 역할에 그쳐야 할 관계 당국이 직접 일방의 편을 든다.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에 대한 최근 금융감독원의 행보를 보면 이런 장면이 반복된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간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주주총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금감원이 자꾸 특정인의 편을 드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며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금감원은 지난 12일 개최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PEF가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라는 관점에서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이 "PEF가 시장원리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긴 했지만, 경영 참여가 본질인 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느닷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금감원의 태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의아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1월 PEF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을 "기업 경영개선 전문가"라고 치켜세우며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개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심판이 경기장을 뛴다'는 지적이 나온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2020년 11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던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산업은행이 참여한 것은 오늘날까지 '재벌 특혜 시비'로 거론된다.

당시 산업은행은 항공산업 구조 개편 목적일 뿐 특정인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적극 반박했지만, 산업은행의 개입을 기점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분율 열세를 뒤집고 분쟁을 종결지었다.

시장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나 관계 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공평한 운동장에서 모두가 뛰는 공정한 자본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판이 하는 일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12 대 11'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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