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24 VC] 선진화 방안에 화색…IPO 혹한기에 회수 울상

24.12.17.
읽는시간 0

올해의 대표 효자 에이피알·시프트업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2024년은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위기 속에서 희망을 본 한 해였다. 전반적으로 펀드레이징과 회수는 쉽지 않았지만, 10배 수익률을 안긴 대박 사례도 있었다. 또, 정책 지원이 예고되면서 좀 더 나아질 여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에 VC업계의 숙원이 대거 포함됐다. 모태펀드 영구화와 벤처펀드 RWA 가중치 특례 적용,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아 벤처캐피탈업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해당 정책이 실행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수 시장은 내년까지 냉랭한 기운이 감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올해 벤처캐피탈은 유독 자금 회수에 애를 먹었다. 인수합병(M&A)이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한 회수도 제한적인 만큼, 엑시트 방안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벤처펀드 RWA 가중치 하향 예고…펀드레이징 숨통

정부가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하기로 하면서 벤처캐피탈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관리 부담이 줄어 펀드레이징에 큰 힘이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벤처펀드 RWA 가중치 하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10월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의 일환이다. 벤처펀드의 RWA 가중치를 줄여 은행의 출자 부담을 경감하고, 이를 통해 벤처펀드 자금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RWA 가중치는 바젤Ⅲ 기준에 따른 400%다. 다만 100%까지 내릴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특정 경제 분야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가 투자금을 보조하고, 정부 감독 아래 지분율이나 투자 지역에 제한을 둔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예외조항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부처나 지자체가 펀드 조성에 기여하는 특정 조건인 경우 제한적으로 RWA 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공적자금 성격의 모태펀드, 지자체 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기존에는 은행이 100억원을 출자한다고 가정하면 RWA 가중치 400%를 적용해 400억원 출자로 인식됐다. 앞으로는 100억원 그대로 인식된다.

그동안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는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컸다. RWA 가중치가 높아질수록 BIS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젤Ⅲ에 따라 금융당국에선 BIS 자기자본비율을 10.5% 이상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RWA 가중치가 400%라 벤처펀드 출자 시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유입 논의 '활발'

벤처캐피탈업계는 수년 전부터 퇴직연금을 새 출자자(LP) 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벤처펀드로 향하는 민간 LP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퇴직연금을 새로운 대안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중심으로 수 백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일부만이라도 허용해야 의견을 피력했다. 업계에선 퇴직연금이 벤처펀드에 유입되면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윤 회장은 올해 초부터 "퇴직금으로 위험자산에 어떻게 투자하냐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모태펀드 수익률은 7% 수준으로 국내 어떤 금융상품보다도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해 왔다.

윤 회장의 말대로 벤처펀드의 수익률을 따져보면 타 금융상품 대비 '저위험 고수익' 상품인 걸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벤처펀드 평균 청산 수익률은 그가 언급한 7%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청산한 벤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 안팎이다. 2021년엔 총 50개 펀드를 청산해 평균 12.5%를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2년 74개의 펀드를 청산하면서 평균 9.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엔 70개 펀드의 평균 청산 수익률이 9%였다.

벤처캐피탈업계가 꾸준하게 한목소리를 내자 정부에서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10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에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에서도 관련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정책 도입에 힘이 실렸다.

◇GP 셀프 선발 논란,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올해 한국벤처투자가 야심 차게 준비한 출자사업이 있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다. 민간 LP 19곳을 유치해 벤처캐피탈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 민간 LP와 모태펀드가 약 5천6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었다.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지만 위탁운용사(GP)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민간 LP가 심사에 참여하는 규정이 논란을 야기했다. 민간 LP 측 계열사에서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에 도전하면 셀프 선발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자사업은 셀프 선발이 대거 이뤄졌다. 정시 출자사업에 도전한 민간 LP 계열 운용사 중 2곳을 제외하곤 모두 GP 자격을 따냈다. 공적자금인 모태펀드도 투입되는 출자사업에 민간 LP가 계열 운용사를 셀프 선발한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민간 LP로 참여하기로 했던 두원중공업 측 사정으로 이뤄진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수시출자 사업에서도 셀프 선발은 이어졌다. 두원중공업 계열 운용사인 센틱스벤처스가 안다아시아벤처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GP 자격을 따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공백 장기화

벤처캐피탈업계의 대들보 LP인 한국벤처투자의 사령탑 공석 기간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웅환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 공석 기간만 1년을 넘겼다. 지난 8월부터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한 공개 채용에 나섰지만 '깜깜무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공백 기간은 해를 넘겨 더욱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개 채용 과정에서 인사 검증이 끝나면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선임되지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미지수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인 신상한 부대표의 대행 체제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올해의 대표 효자 '에이피알·시프트업'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올해 벤처캐피탈업계의 최고 효자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에이피알은 올해 첫 조 단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성장 과정을 동행한 벤처캐피탈에 막대한 회수 자금을 안겨줬다.

IMM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신한벤처투자 등은 올해 2월 에이피알이 상장한 이후 회수 작업에 나서 약 8~10배 수준의 투자 차익을 실현했다.

에이피알 초기 투자를 담당한 심사역은 연말 한국벤처투자가 진행한 '코리아 VC 어워즈 2024'에서 올해의 심사역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신한벤처투자의 조재호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도 올해를 빛낸 포트폴리오다. 올해 7월 시프트업이 상장하면서 초기투자자인 카카오벤처스는 수십배에 가까운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할 당시 시프트업의 밸류에이션은 400억원 수준인데, 상장 시가총액은 약 3조원에 달한다.

◇차기 VC협회장 선임 후끈…김창규·송은강 출사표

차기 벤처캐피탈협회장 선임 작업에도 막이 올랐다. 윤건수 회장에 이을 새 협회장 후보에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13일 16대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추위는 협회 부회장사로 구성된다. 통상 3곳 이상의 부회장사가 후보를 추천하면 예비 후보에 오르고 회추위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면 최종 후보에 등록된다.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로 2명 이상이 등록되면 이사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1명을 선발하고 회원총회 찬반투표를 거쳐 협회장을 최종 선출한다.

2명 이상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협회장 선임이 첫 경선으로 치러질지 관심이 쏠린다. 2023년 2월 제15대 VC협회장 선거에서 윤건수 회장과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하면서 협회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예고했었다. 다만 김 대표가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출자사업 문턱 높아진 우정사업본부

벤처캐피탈업계의 단골 LP인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출자사업 지원 요건을 강화했다. 운용자산의 순자산가액이 5천억원을 초과한 운용사만 지원할 수 있게 하면서 문턱이 현격하게 높아졌다.

상반기엔 운용자산의 순자산가액 2천억원 이상인 하우스면 지원이 가능했다. 하반기 출자사업에선 자격 요건을 3천억원이나 높였다.

순자산가액은 운용자산(AUM)과는 차이가 있다. 펀드가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가치를 말한다. 포트폴리오의 평가익이나 평가손 등을 반영한 펀드의 실제 가치를 나타낸다.

시장의 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가치가 조정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펀드 규모를 나타내는 AUM보다 낮은 게 순자산가액이다.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순자산가액이 5천억원 이상인 하우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3곳 수준이다. 펀드 자금 매칭이 위축된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초대형 운용사만 지원할 수 있게 요건을 변경하면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우정사업본부와 같이 출자사업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기관이 확대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년 만기 설계된 모태펀드, 영구화 추진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만기로 설계된 모태펀드의 영구화를 추진한다. 이 역시 10월 발표한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 중 하나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균형성장과 모태펀드의 시장의 보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2005년 결성된 재간접펀드(모펀드)인 모태펀드는 만기가 2035년까지로 설계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기관들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하고 있다.

만기가 10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내년부터 결성되는 자펀드보다 모펀드인 모태펀드 청산이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부가 모태펀드 존속 기간 영구화를 예고하면서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

◇회수 시장에 드리운 '파두의 악령'

벤처캐피탈업계는 올해 유독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었다. 가장 큰 회수 창구인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덩달아 엑시트 길도 막히게 됐다. 포트폴리오사가 가까스로 증시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가 지목한 회수 시장 위축의 발단은 지난해 말 발생한 파두 사태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그해 연말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조 단위 대어였지만 상장 직후인 2023년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의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문턱이 높아지면서 올해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바이오 최대어로 꼽히는 오름테라퓨틱스 뿐 아니라 미트박스글로벌, 넥셀, 다원메닥스 등이 있다. 올해 상장을 자진 철회한 기업만 35곳 이상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상장 철회가 증가한 건 최근 증시 약세와 공모주 시장의 위축, 그리고 감독 당국의 심사 기준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IPO 사상 최초로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된 사례도 발생했다. 증권신고서에 최대주주 분쟁 문제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노그리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 승인을 취소당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선 내년에도 회수 시장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만에 모태펀드 감액 규정 개선

모태펀드의 자펀드 관리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손상차손 가이드라인'이 5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상장 과정에서 회계기준 변경으로 기업이 일시적으로 자본잠식에 머무르게 된 경우, 관리보수를 삭감하지 않도록 예외 사유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이 상장할 경우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해 자본잠식이 될 수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본 전액이 잠식된 경우 예외 없이 관리보수를 삭감했으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자본잠식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관리보수를 삭감하지 않도록 예외 사유를 명확히 했다.

완전 자본잠식 기업이 유의미한 후속 투자를 유치한 경우, 후속 투자 가치를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회복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벤처캐피탈업계는 울상이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벤처기업 거품이 거치면서 자본잠식에 빠지는 포트폴리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포트폴리오가 올해 내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투자사는 투자금 전부 감액 처리해야 한다. 이 경우 해당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리보수를 수취하지 못하게 된다.

ybyang@yna.co.kr

양용비

양용비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