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 하회 우려…재정정책 역할도 강조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 금리 결정에서 미국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 우려 등으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하회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기 시작했고, 재정정책의 경기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를 고려할 환경이긴 하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 등으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했다.
17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A금통위원은 "미국의 정책 기조는 속도와 강도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기보다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점차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지금은 경기 하방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금리 인하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미시적 조정과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합으로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당면한 위험 요인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필요시 적기에 유연한 재정정책과의 정책 분담, 무엇보다 경기회복 흐름을 구조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을 재점검하고 개혁해 나가는 정책 공조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B금통위원도 "물가가 안정세를 지속하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하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다.
그는 "금리 인하가 환율 상승을 통해 물가 압력을 높이고,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내외금리차의 완만한 축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인 데다 물가안정세,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 금융회사의 대응 여력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정책은 최근 인하가 물가, 성장,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상충관계 변화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주요국의 경제 및 통화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인하 속도 및 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금통위원은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라 환율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의 국제 신인도가 급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환율보다는 국내 변수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통화정책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D금통위원은 "물가는 내수 압력과 노동시장의 긴장도(tightness)가 낮아진 데 영향받아 목표 수준을 하회할 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기업의 노동수요를 반영하는 빈일자리율, 노동시장 긴장도가 낮아지고 있는데 이들 지표는 내수 경기에 선행성이 있는 것으로 향후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가계부채와 환율과 관련한 리스크는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회의에서 금리의 동결을 주장했던 두 명의 금통위원(유상대, 장용성)도 비교적 온건한 스탠스를 보였다.
동결을 주장한 E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 금리 인상기 우리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졌고, 향후 금리 격차 해소 과정에서 우리의 금리 인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점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주요국의 기준금리 결정 및 외환시장의 상황을 조금 지켜본 후 추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동결 주장 이유를 밝혔다.
또 동결을 주장한 F위원은 "국내 경제는 내수 회복이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의 하방 리스크 및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면서도 "달러-원 환율은 높은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리스크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크게 높아진 불확실성에 유의하면서 가계부채 및 환율 흐름을 보아가며 경기와 물가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추가 금리 인하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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