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 경제가 한국은행이 불과 한 달 전 하향 조정한 수준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빠른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부상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2.0% 혹은 2.1%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물가의 목표 하회 위험을 강조하는 위원도 적지 않은 등 비둘기파 성향이 한층 강해진 상황이다.
◇정치 충격파…올해 성장 전망도 '흔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전개된 정치 불확실성으로 한은의 경제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한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달 28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2%로 낮춘 바 있다. 이전까지 전망은 2.4%였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여파를 반영했다.
연말까지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이었던 만큼 올해 2.2% 성장 달성은 거의 확정적으로 봤지만, 비상계엄과 뒤따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둔화 등 속보성 지표 악화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탓에 이 총재는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올해 성장 예상 미달 가능성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전망보다 조금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2.0%가 될지, 2.1%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이 예상에 못 미친다는 것은 4분기 수치가 전망보다 악화한다는 의미다. 이는 내년 성장률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GDP 계산에서 이전 연도의 4분기 수치는 중요하다"면서 "4분기 수치가 나쁘면 다음 연도 출발점이 낮아지는 만큼 연간 성장 수치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내년 우리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4분기 성장이 예상 미달이면, 통계적으로 내년 숫자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은은 내년 예산안의 감액 영향도 성장률에 0.06%포인트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 전망의 하방 요인이 점등하는 셈이다.
다만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통계 기법상으로는 4분기 수치에 다음 해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를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악화 요인이 추세적 경기 흐름에 따른 현상이 아닐 경우 기저효과 등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통위도 '비둘기' 스탠스…'물가 하회 위험' 목소리도
금융통화위원회의 스탠스도 성장 둔화 위험을 한층 강조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금통위에서부터는 물가의 '목표 미달 위험'을 우려하는 위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대 책무인 물가안정의 타깃이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통화완화를 통한 총수요 확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지난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A위원은 "물가는 내수 압력과 노동시장의 긴장도가 낮아진 데 영향받아 목표 수준을 하회할 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B위원도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및 환율 흐름을 보아가며 '경기와 물가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추가 금리 인하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위원이 3명, 동결이 적절하다고 본 위원이 3명이었지만, 최근의 추가 경기 둔화 요인을 고려하면 인하 쪽 의견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내년 1월 말 회의까지 3번의 회의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도 1월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전일 국회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질의에 대해 "경제지표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한 달 정도' 지표 움직임을 보고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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