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기업인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증언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재계는 경영 효율성 저해 및 영업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반면, 찬성자들은 기업인들이 직접 나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17 [공동취재] kjhpress@yna.co.kr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6개 경제단체는 전일 국회증언법에 반대하는 서명을 공표하고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최근 국회증언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기업들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재의요구를 통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법안 시행을 막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거부권 행사 주체가 사라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 "기업 이익 오히려 늘어"…'청문회' 빈번한 미국 사례는
일각에서는 미국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며, 기업인이 직접 국회에 나와서 소명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대표적 사례가 올해 초 열린 '아동 성착취 관련' 청문회다. 이 자리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해 저우서우즈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X CEO, 이반 스피겔 스냅 CEO와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연합뉴스 자료 화면
실제로 미국 아칸소대 샘 월튼 경영대학원의 제이슨 리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이 시장 가치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리지 교수는 "기업들이 의회 증언을 사전 홍보하거나 증언 후 이를 강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언 자체가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증언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진단했다.
연구에 따르면 의회 증언은 단순한 청문회 참석을 넘어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외부에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작용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정치적 네트워크와 규제 대응 능력을 확인하는 계기로도 작용하며, 증언 후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청문회 제도의 경우 '특정 사건이나 이슈'를 조사해야 하는 경우에만 개최된다. 메타 사례를 비롯해 한국의 국정감사 제도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 아니다. 한국처럼 국회의원과 증인의 질의응답 방식이 아닌, 증인과 참고인의 증언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예컨대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책임자(CEO)인 대런 우즈는 하원의 '감독 및 개혁위원회'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에 관해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청문회는 엑손모빌이 기후 연구 결과를 은폐하거나, 대중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개최됐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해당 사건과 이슈와 관련된 주체, 즉 정부를 비롯해 기업, 개인 등이 모두 대상에 해당한다. 기업인들이 청문회에 나오는 것도 이런 법적 근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해당 법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재계, 기밀 유출 우려에 '발동동'…재검토 강력 촉구
전일 경제6단체는 서명문을 통해 "국회 소환에 따른 기업인 출석이 의무화되면 경영진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 출장 중인 기업인에게도 화상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과 '사생활 침해 금지 원칙',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매년 개최되는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의 출석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경영진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른바 국감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 등 인력 활용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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