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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조단위' 투자 검토하는 현대제철…조달은 어떻게

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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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남승표 기자 = 현대제철이 미국에 수조원을 들여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회사의 자금 조달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업계에서 추산하는 투자금은 10조원에 달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나 제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자체 보유 현금이 약 1조원대로 단독 투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9일 현대제철의 2024년 3분기 기말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2천250억원 수준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1조748억원이다.

향후 현금 흐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4분기 97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6천389억원 수준이다. 현대제철 독자적으로는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이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현지 대출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금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책정하는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기준 'BBB', 무디스는 'Baa2'다. 회사채 투자 등급 중에선 그리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다.

정확한 발행금리는 회사의 재정 상황 및 보증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같은 등급의 다른 회사채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이 경우 5%대 중후반대의 발행 금리가 예상된다. 예컨대 현대제철과 같은 등급인 노트북 회사 레노보의 경우 지난해 4월 5.875%로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대출을 한다고 해도 금리 수준은 비슷하다. 모기업의 차입 보증 등이 들어갈 경우 현대차그룹의 신용도를 빌려올 수 있게 되지만, 이 경우엔 모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결국 필요 자금을 모두 회사채나 대출로 조달한다면 연간 수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을 몽땅 끌어와 이자만 내게 될 수도 있다.

대규모 자금조달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현대차·기아 등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투자금을 갹출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이 경우 현대제철의 투자금 부담도 최대한 줄이고, 생산된 강판을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에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선호하는 투자 방식이기도 하다. 각 계열사의 참여도는 높이면서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법인인 '모셔널'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각각 44.2%와 23.8%, 그리고 1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사업 특성상 외부보다는 내부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기 때문에 최대한 자체적으로 협력해서 해결하려는 특성이 있다"며 "재무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형님'이 나서서 지분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현대차그룹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연합뉴스 자료 화면

현대차그룹의 제철소 설립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집권의 통상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관세 면에서 현대제철의 직접적 수혜는 없으나, 조지아주 자동차 공장 가동에 따른 추가적인 강판 조달에 현지 제철소 설립으로 안정적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2월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별 관세부과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구성하고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감소가 9.3%~13.1%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28.82%로 높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출감소 효과가 시나리오에 따라 5.9%에서 13.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감소액은 3조3천300억원에서 5조8천900억원, 부가가치 감소 효과는 2조1천억원에서 3조7천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됐다.

연구원은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산업 중 자동차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지목했다. 다만 철강산업에 대해서는 현재 쿼터제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관세 인상 시에도 수출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분석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시행에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회사보다는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제철소 건설 관련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일 공시에서 현대제철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klkim@yna.co.kr

spna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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