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본 채권시장…"존경 얻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고통"
채권 자경단이 클린턴 부양책 막은 1993년 사례 언급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뉴욕채권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금리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전환)이 멈추는 시나리오를 반영한다.
미국 유력 언론 CNN은 이러한 채권시장의 동향을 향후 정책 결정의 변수로 규정했다. 힘을 과시하는 채권시장으로부터 존경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채권 자경단과 새로 선출된 대통령 사이에 충돌이 또다시 일어날 위험이 생겼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채권시장은 이미 근육을 과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이 '또다시'라는 단어를 단 이유는 과거 채권시장에 의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초, 클린턴 대통령은 유세 기간에 내세웠던 재정 지출을 감행하려 했지만, 시장금리 급등으로 인해 예산을 축소 수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채권시장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은 승리에 고무된 대통령일지라도 견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의 정치 고문인 제임스 카빌이 이를 두고 "대통령이나 교황, 4할을 치는 야구선수로 환생하기보다 채권시장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부분도 첨부했다.
지금이 약 30여년 전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우리는 데자뷔 순간에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채권 자경단의 표를 자동으로 받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에게 존경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채의 고금리가 지속하면 주식시장에 하향 압력이 커진다고 CNN은 지적했다. 더불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크레디트채권 금리까지 높아져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부분을 명시했다. 미국인의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훼손될 수 있다고 봤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은 주식시장을 자신의 성공에 대한 실시간 척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채권시장의 존경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에게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려고 해도 국채 이자와 국방비,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CNN은 판단했다. 경기 활황을 이어받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자극받을 수도 있다. 연준이 금리라도 올리면 '악몽에 악몽'이 겹칠 수 있다고 야데니 대표는 표현했다.
결국 트럼프 내각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 정책 분석가는 "재무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는 채권 자경단의 왕자"라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그는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체스를 두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일 예산 연구소의 어니 테데스키 경제 디렉터는 "트럼프 정부가 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SALT) 공제 한도 상한을 없앤다면 고소득자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재정 궤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