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범위·강도 확대 예상…삼성·SK에 영향
보조금 축소·관세 인상·수출 통제 강화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일궈놓은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폐기, 혹은 축소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대중(對中) 제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 격화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위기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기회가 될 수 있단 기대도 공존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글로벌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우선주의'와 이를 위한 '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선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분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대선 과정에서 칩스법 폐지 등을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유도하는 전략을 폈다면, 트럼프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기업들이 스스로 공장을 짓도록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동일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당근' 대신 '채찍'을 쓰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을 포함해 전세계 반도체 기업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우리 사업의 95%를 훔쳐 대만에서 하고 있다"며 사실상 TSMC를 특정했다.
이에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칩스법 폐지, 혹은 축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이를 우려한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내 보조금 협상을 서둘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작년 말 보조금이 확정됐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삼성은 47억4천500만 달러(약 6조9천억원), SK하이닉스는 4억5천800만 달러(약 6천600억원)를 각각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보조금을 손에 쥐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불확실성이 일부 줄긴 했지만,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가 법안 자체를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칩스법 유효기간이 2027년으로 명시돼 있고, 양사의 공장 설립으로 실질적 수혜를 입은 곳(텍사스주·인디애나주)이 공화당 우세 지역이란 이유다.
대신 행정명령 등을 통해 보조금 감액이나 추가 투자 요구 등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경우 삼성과 SK 모두 기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 및 현지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지만 추가적인 투자 요구 등이 있을 수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투자로 인한 미국 제조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미 정부 측에 적극 강조해 보조금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그래픽]
'관세'도 위기 요인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에는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엔 6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견제가 주된 목적이지만 국내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관세 인상은 정보기술(IT)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수요를 둔화시킬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메모리가 '관세 폭탄' 영향권에 들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사는 중국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로 현지 대응을 하는 것은 물론, 미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10%,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반도체 수출이 4.7~8.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 통제 기조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가 들어가는 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지금도 중국에 들어가는 반도체 장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선 통제를 유예해 줬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를 번복할 경우 중국 공장에서 첨단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중국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과 쑤저우(패키징)에서, SK하이닉스는 우시(D램)와 충칭(패키징), 다롄(낸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첨단 반도체 중심으로 중국에 고강도 수출 통제를 했으나 최근엔 범용(레거시) 반도체로 규제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통제 강화가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중국 기업의 추격을 늦추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의 대중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판로가 보호됐던 게 사실이다. 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주요 장비 수출 통제는 삼성이 중국 기업을 따돌리고 파운드리 양강을 유지할 수 있는 뒷배가 됐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이 메모리반도체를 수입하는 3대 국가 중 하나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전후방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화함에 따라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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