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으로 '빅 컷(50bp 금리인하)'을 단행한 지 100일이 넘었다. 19일(현지시간) 기준으로는 정확히 124일째다.
이 기간 미국 국채시장에선 적어도 지난 35년간은 전례가 없었던 현상이 발생했다. 연준이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총 100bp나 내렸음에도 미국 국채금리는 오히려 100bp나 올랐다는 점이다.
[출처 : JP모건자산운용]
미국 JP모건자산운용이 지난 주말 내놓은 투자 노트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따져봤을 때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까지 7번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있었다. 그중 첫 금리인하 이후 100일이 지난 시점의 10년물 금리가 금리인하 개시 시점보다 높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선 7번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10년물 금리는 첫 금리인하 이후 100일이 지난 시점에 적어도 25bp 정도는 내려가는 흐름을 보였다. 최대 낙폭이 125bp 안팎인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금리인하 개시 시점보다 10년물 금리가 100bp나 높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흐름이다.
JP모건은 금리인하 사이클에도 국채금리가 오르는 현상의 동인을 찾기 위해 '사인 제한(sign-restriction)' 모델을 활용했다. 이번 사이클에 주가나 인플레이션 기대치 같은 달느 시장 변수들이 동시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 국채금리 변동의 요인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사인 제한 모델은 데이터에서 관찰된 상관관계와 패턴을 설명하는 구조적 충격을 식별할 때 활용된다.
JP모건의 사무엘 지프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사인 제한 모델로 분석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은 더 강해진 성장 기대감과 더 커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이 전망치를 꾸준히 웃돈 게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당초 작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1.2%로 예상했으나 작년 말에 이르러선 전망치가 2.7%까지 상향 조정됐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작년 4분기에 조정됐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 전망치가 낮아졌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율 기준 3.1%였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GDP 나우' 모델도 현재 작년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연율 3.0%로 제시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또한 국채금리에 상승 압력을 넣는 요인이라고 JP모건은 분석했다.
지프는 "이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사이에서도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지를 두고 약 150bp의 편차가 존재한다"며 "향후 1~2년간 연준의 최종금리가 어디에 정착할지,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다만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는 미국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선 JP모건은 동의하지 않았다.
제프는 "최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이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미국 금리 스와프와 비교한 장기물 국채금리는 작년 중반 이후 줄곧 안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 스와프는 장기물 국채와 비교했을 때 같은 수준의 수요와 공급 문제를 겪지 않는다.
제프는 "미국의 상황은 영국과 대조적"이라며 "영국은 국가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JP모건자산운용]
한편 JP모건은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더 크게 올라갈 여지는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이번 사이클에서 정책방향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JP모건은 고용시장은 다시 빡빡해지지 않았고 금리에 민감한 부문들은 여전히 부진하다며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의 인상률은 2022년에 5.1%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3.9%까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이 이전만큼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직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날 위험이 더 작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11월 이직률은 1.9%로 10월의 2.1% 대비 0.2%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최근 5년래 최저치다.
이직은 자발적 퇴직으로 일자리 전망에 대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5년래 최저치라는 것은 그만큼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제프는 "현재로선 금리인상이 FOMC의 논의 테이블에서 빠져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시나리오상 현재 금리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프는 "포트폴리오 관점에선 지난 몇 달과 비교해 지금은 듀레이션을 늘리기에 한층 편안해짐 시점"이라며 "미국 외 지역 투자자라면 유럽 채권의 듀레이션이 지금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미국 납세자라면 지방채 금리가 25년 평균치를 웃돌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도 좋다"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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