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까지 전체 LP 중 22.7%…공적자금 성격 LP 44.7%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국내 벤처캐피탈(VC)이 결성하는 벤처펀드의 공적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결성한 벤처펀드의 출자자(LP) 가운데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내세운 민간 주도형 벤처캐피탈 생태계 조성 방침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던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빗장을 잠그면서 모태펀드의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VC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VC는 250개 신규 펀드를 결성했다. 전체 결성 규모는 5조1천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건 신규조합의 LP 비중이다. 전체 LP 중 모태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2.7%에 달했다. 이는 모태펀드 LP 비중이 25.2%였던 2017년 이후 약 최대치다. 모태펀드 LP 비중이 20% 이상을 돌파한 것도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기타정책기관, 연금·공제회까지 합하면 벤처펀드의 LP 중 공적자금 성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7%까지 커진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6%, 기타정책기관이 10.6%, 연금·공제회가 5.4%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기타정책기관, 연금·공제회의 비중이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8.7% 증가했다.
반면 국내 벤처펀드의 핵심 민간 LP였던 금융기관은 출자에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기관이 출자한 비중은 17.3%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과 동기와 비교해도 10.8%나 줄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벤처펀드 출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내 줄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없다"며 "올해 벤처 출자를 늘리는 금융기관은 IBK기업은행을 제외하면 한 군데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부터 윤 회장이 얘기했던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감소는 연말께 나타난 수치로 현실화했다. 고금리와 부실 부동산 PF 여파가 지속하면서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심리를 위축했다.
민간 LP 축소에 따른 민간 주도형 벤처캐피탈 생태계 조성이 요원해지면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특단의 조처를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을 예고했다.
기존까지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RWA 가중치는 바젤Ⅲ 기준에 따른 400%다. 다만 앞으로는 여기에 예외 조항을 적용해 100%까지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경제 분야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가 투자금을 보조하고, 정부 감독 아래 지분율이나 투자 지역에 제한을 둔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예외 조항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은행이 벤처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한다고 가정하면 RWA 가중치 400%를 적용해 400억원 출자로 인식됐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컸다. RWA 가중치가 높아질수록 BIS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RWA 가중치 하향을 예고하면서, 금융기관의 출자 확대를 위한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다만 RWA 가중치 하향이 실제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로 이어질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견도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기관에선 벤처펀드에 출자하기 힘들다는 논리의 근거로 RWA 가중치를 활용했다"며 "현재 금융기관의 분위기를 보면 RWA 가중치 하향이 현실화하더라도 벤처펀드로 자금 유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이뤄질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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