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좀비기업 퇴출에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사문화된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적시 상장폐지가 가능하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한계기업에 대한 회계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알렸으며, 한국거래소 역시 엄격한 심사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상장폐지도 '글로벌 스탠다드' 맞게…기준 올리는 금융위
금융위는 그간 저성과 기업의 적시 퇴출을 막아 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우선 그간 너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있어 실질적인 거름망 역할을 하지 못한 정량적 요건을 손본다. 매출액과 시가총액 등의 기준을 최대 10배 높였다.
코스피 시총 500억원, 매출액 300억원 등의 기준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만들었다. 상장 트랙에 따라 다르지만, 코스피에 상장하려는 회사의 시가총액 수준은 최소 2천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퇴출 기준이 그간 50억원에 머물러있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비교할 때, 현재 상장요건 대비 상장폐지 요건의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이에 당국은 NYSE와 같은 25%로 이 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융위가 조사한 해외 사례에 따르면, 해외 증시의 진입요건 대비 퇴출 요건 비율은 국내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일본(100%), 나스닥(31%), 싱가포르(27%), 뉴욕증권거래소(25%) 순이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상장유지조건 상향 조정이 완료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전체 788개 사 중 약 8%인 62개 사, 코스닥시장에서는 1천530개 사 중 약 7%인 137개 사가 퇴출당한다.
당장 시가총액 기준으로만 살펴봐도, 전일 종가 기준 시총 하위 50개 종목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만 이 중 이미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 경우와 올해 신규 상장 종목을 제외했을 때, 내년부터는 코스피에서는 2개 사, 코스닥에서는 15개 사가 상장폐지 기준을 넘지 못한다.
[출처 : 금융위원회]
◇좀비기업 신속히 솎아낸다…부실징후기업 살피는 금감원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를 앞두고, 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회계 부정이나 불공정거래를 저지를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에 따르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특수관계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식으로 매출을 부풀리거나, 영위하지 않는 사업을 통해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꾸미는 사례가 발각됐다.
금감원은 한계기업의 조기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징후가 보이는 기업에 대해 연내 선제적 재무제표 감리와 심사에 착수한다. 회계 부정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통보 조치에 더해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한계기업의 징후를 판단하기 위해 연속적인 영업손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관리종목 지정요건 근접, 자금조달 급증, 계속기업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의지 다진 거래소…"가처분 소송도 어려울 것"
상장 적격성 심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신속히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4월부터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코스닥 상장사에 부여되는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인다.
그간 심사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혔던 '속개' 역시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최대한 지양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24개 사가 상장폐지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많이 늘어난 규모"라며 "현재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도 엄격히 심사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어 제도개선 의지도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기업 퇴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행세칙부터 명문화해 오는 3월 시행하고, 규정은 7월부터 적용되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장심사가 끝난 후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요청하는 기업의 가처분 소송도 이번 제도 개선 이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은 기업들은 이 절차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진행한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가처분 소송을 한다면 불가피한 경우가 있겠지만, 규정으로 내용을 제도화한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이러한 규정 사항을 많이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금융위원회]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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