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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연초 호황의 이면…기관들 무차별 매수는 '주춤'

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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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하 만기 선호, 5년물은 글쎄

가이드금리 주시…기업 펀더멘탈·시장 변동성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회사채 발행시장이 연초효과에 힘입어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달라진 양상이 엿보인다. 연초 기관투자가들이 무차별 매수에 나서던 것과 달리, 지금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과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달라진 분위기는 만기별 흥행 여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년 이하 회사채는 넉넉한 수요를 확보한 것은 물론, 민평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5년물을 중심으로 오버 금리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기업을 바라보는 기관들의 어두운 전망이 드러나고 있다.

◇완판 행렬 속 금리는 차별화…중장기물은 오버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한화손해보험(AA-, 후순위채)과 SK케미칼(A+), 대한항공(A-), 한화에너지(A+), 한화토탈에너지스(AA-) 등이 수요예측에 나서 발행액을 훌쩍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앞서 롯데그룹 이슈와 한국의 정치적 불안 등이 섞이며 우려의 시선이 드러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면면을 살펴보면 이전 연초효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드러났다.

LG화학은 지난 17일 3천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조6천750억원의 주문을 모았다. 이중 대다수인 1조2천650억원이 3년물로 쏠렸다.

5년물과 7년물에는 각각 3천100억원, 1천억원의 수요가 유입됐다. 이에 3년물은 모집액 기준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bp 낮은 수준을 형성했지만 5년물은 +7bp, 7년물은 0bp 수준을 보였다. 만기에 따라 수요는 물론, 금리 측면에서도 엇갈린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이후 LG화학은 6천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하면서 3년물은 0bp, 5년물과 7년물은 각각 +10bp 수준의 스프레드로 찍기로 했다.

이는 LG화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0일 수요예측에 나선 대한항공은 3년물에 모집액(1천500억원) 대비 3배가 넘는 5천790억원의 주문이 유입됐다. 반면 5년물에는 500억원 모집에 81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모집액 기준 스프레드는 3년물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 대비 -15bp, 0bp 수준이었다. 이후 총 3천500억원 증액으로 두 만기물의 발행 스프레드 모두 0bp 수준이 됐다.

통상 연초에는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기관들이 무차별 매수에 나서곤 했다. 물량 확보를 위해 낮은 금리를 적어내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됐다.

올해는 업종과 만기,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석유화학업에 대한 우려로 전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수요예측에서 2년물과 3년물 모두 모집액 기준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시장 내 수요는 충분하지만, 최근에는 기관들이 가이드금리를 체크하고 투자 메리트를 가늠해 적정 금리라고 판단한 지점에 주문을 넣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매우 좋다면 현재 장기물에 대한 선호가 드러날 텐데 기업 펀더멘탈 우려와 시장 변동성 등으로 자금 또한 3년 이하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 부담에 시장 변동성까지

만기 3년 이하 채권으로 관심이 쏠리는 건 기업들의 신용도 불안 영향이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등급 하락 리스크가 있는 곳의 경우 긴 만기물을 투자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시장 변동성도 중장기물 투자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소다. 연초 자금 집행 등으로 채권 매수에 나서긴 해야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는 만큼 금리 변화에 따른 평가손실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캐리 수익으로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3년 이하 채권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5년물 선호가 상대적으로 덜한 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증가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사 자본성증권의 경우 대부분 5년 후 콜옵션 조건을 설정하면서 국내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상품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자본성증권은 동일 등급 선순위채 대비 높은 금리를 형성하고 있어 투자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회사채의 경우 스프레드 축소 속도 또한 더딘 분위기다.

연합인포맥스 종합화면(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전일 3년물 기준 'AA-' 회사채는 국고채 대비 60.5bp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달 31일 68.3bp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연초 8bp가량 축소하긴 했지만 지난해 40bp대까지 좁혀졌던 것보단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그사이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절대금리 자체가 낮아지면서 투자 부담이 커졌다. 이를 고려해도 현 수준의 스프레드에 회사채 투자 리스크 또한 녹아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은 변수다. 연내 시장이 가장 활황을 보이는 연초마저도 기관들의 선별적 시선이 드러나는 만큼 연초효과가 옅어진 이후 시기는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회사채 역시 연초 효과 분위기가 지속되겠지만 이후 트럼프 정책 방향성 등을 확인하면서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재점검할 타이밍이 올 것"이라며 "이 정도 강도의 흐름이 2월에도 계속 이어지리라 보기는 어려운 이유"라고 내다봤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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