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쇼크에 국내 주요 2개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모기업 현대건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는 향후 1~2년 이내에 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엔지니어링을 장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통상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6개월 이내 단기간에 등급 변경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등급 감시 대상에 올린다.
◇ 신평사들, 현대ENG "재무건전성 악화 불가피"
한기평은 "4분기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다"며 "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사업 및 재무안정성 회복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등급 전망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나이스신평은 "진행 중인 해외 사업장에서의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재무 건전성 저하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기평과 나이스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모두 'AA-'로 부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날 지난해 4분기 1조4천315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공개했다. 연간으로는 1조2천401억원 규모다.
이번 손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프로젝트에서 원가 상승분 1조1천억원가량을 일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에서 투입물량이 당초 예상 설계 대비 20% 이상 늘었다는 이유로 손실을 일시 반영했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프로젝트는 2018년 12월에 착공해 당초 올해 9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15개월가량 공기가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평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프로젝트와 관련한 공기연장 협의와 원가 재산정 등이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 자푸라 프로젝트에서 설계 초기 대비 완료 시점의 원가율 상승 폭이 높게 나타난 점 등을 감안 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진행 능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경쟁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발주처와 공기 연장과 그에 따른 비용 보상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한기평은 등급 하향 변동 요인은 충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현대건설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해외사업 불확실성↑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은 고스란히 현대건설의 부담이 됐다.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천334억원에 달했으며, 연간으로는 1조2천20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연간으로 회사가 적자 전환된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4분기 손실의 80% 이상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왔다.
특히 현대건설의 적자 전환은 건설업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업계 전반에 부담이 될지 주목됐다.
신평사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 부담이 현대건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7천억원에 이르러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도 2024년 말 별도 기준 3조2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자기자본도 7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손실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과 미사용여신 등으로 이번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돼 현대건설의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재무적 지원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현대건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건설 실적과 관련한 코멘트에서 "대규모 손실로 인해 단기적인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연결기준으로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의 약 10%에 달하는 분기 순손실을 일시에 인식함에 따라 자본여력 축소와 더불어 부채비율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신평은 "현대건설의 해외 사업이 연결 기준 매출의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해외사업의 공정관리와 신규 수주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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