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현대건설이 23년 만의 적자를 신고하는 등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하루 9%까지 급등하는 등 이상 반응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루머로 떠돌던 대규모 적자설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제거된 효과가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매매 행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실적을 공시하면서 작년 4분기 1조7천33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공개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때문인데 현대건설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무려 23년 만의 일이었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해외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이를 일시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현대건설의 입장이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를 넘어서는 어닝 쇼크였다.
통상적으로 어닝 쇼크 뒤에는 투자자들의 실망이 뒤따르지만 이날은 달랐다.
현대건설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0.38% 오른 2만6천200원으로 출발해 큰 변동이 없었으나 실적발표 직후 급등해 2만8천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 대비로 무려 9%나 올랐다.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신뢰 회복으로 보는 게 증권가의 통상적인 분석이지만 투자자 동향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전 투자자(화면번호3332)를 보면 외국인들은 작년 11월 25일 현대건설 112만여주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22일까지 누적 매도물량이 171만여주였던 만큼 1년치 매도 물량을 하루에 던졌다.
11월 25일 이후 외국인들의 누적 매도물량은 279만여주였다. 25일이 가장 많았고 같은 달 29일 47만여주, 다음달 4일 52만여주를 팔았다. 같은 기간 개인은 160만여주를, 기관은 113만여주를 순매수했다.
[출처: 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추이(3331화면)]
현대건설이 어닝쇼크를 발표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22일 105만주, 23일 82만주를 팔았다.
작년 11월 25일 이후 현대건설 주가가 2만4천100원까지 빠졌던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은 하락구간을 건너뛰고 돌아왔고 개인투자자들은 하락구간을 버티다 상승구간에서 던진 모양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
이 시기에 주목할 일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 교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1월 15일 그룹인사를 단행하면서 현대건설 대표이사를 윤영준 사장에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홍현성 부사장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교체했다.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교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에서 빅배스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 사업장이 해외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현대차 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영업실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알게 됐고 이것이 대표이사 교체의 배경이라면 상황은 다소 복잡해질 수도 있다. 공시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교체된 전 대표이사의 임기를 보면 윤영준 전 현대건설 사장은 작년 3월 재선임되면서 임기가 2027년 3월까지였고 홍현성 전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올해 3월이 임기만료일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신뢰 회복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KB증권은 현대건설 실적 발표 뒤 낸 보고서에서 "23년 만의 분기 영업손실을 통해 2025년부터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시성을 높였다"며 "업종 내 투자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꿀만한 사항이다.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건 정말 현대건설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번 실적쇼크가 반갑다. 이미 잃은 것보다 앞으로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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