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E&A가 건설업황 부진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삼성E&A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 이상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서 깜짝이기도 했지만, 안내공시 없이 나온 실적인 점도 이례적이었다.
삼성E&A는 지난 수년간 잠정 실적 발표 1주일 전에 실적 예고 안내 공시와 기업설명회(IR) 공시를 동시에 내고 IR과 같은 날에 잠정 실적을 발표해왔다.
안내 공시는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많은 상장사가 투명 경영과 투자자들과의 신뢰 제고를 위해 자율적으로 공시해왔다.
그러나 삼성E&A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지난 17일에는 안내 공시 없이 곧바로 잠정 실적을 냈다. 그리고 같은 날 IR은 1주일 뒤에 하겠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이후 1주일 뒤인 23일에 잠정 실적을 다시 발표하고 IR을 개최했다.
상장사 중에는 잠정실적과 IR 간에 시차를 두고 하는 경우도 많아 삼성E&A의 이번 절차는 이례적이진 않다. 다만 통상 하던 것과 다른 깜짝 행보였던 데다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같은 날 나온 '타이오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본드콜 공시'를 가리기 위한 꼼수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삼성E&A는 태국에서 수행 중인 '타이오일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서 발주처인 '타이 오일(Thai Oil)이 회사가 약정한 계약이행보증금에 일부 본드콜을 행사했다며 이에 따라 보증금 발급 은행에 구상금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지급 급액은 16일 환율 기준으로 본사 888억원, 태국법인 576억원 등 총 1천464억원이다. 지급된 금액은 전체 보증 금액의 약 8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본드콜은 건설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발주처가 금융기관에 보증금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8년 수주한 4조5천억원 규모의 정유 플랜트 현대화 사업으로 총계약 금액 중 삼성 E&A의 지분은 28% 수준이다.
당초 해당 공사는 2022년 말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준공 기한도 2025년으로 연장됐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청업체 임금 지급 문제 등으로 시위가 잇따르는 등 사업이 매끄럽지 않으면서 발주처가 시공사에 계약이행 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E&A는 해당 비용을 이번 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삼성E&A는 공시에서 "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협상 중이며 필요시 중재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보증금 청구권과는 별개로 추가 원가에 따른 계약금 증액 관련 발주처와 계속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E&A는 발주처가 지난해 12월 19일 이사회를 개최해 프로젝트 공사(투자)비 증액을 승인받았으며, 이를 확정하기 위해 올해 2월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의 장문준 애널리스트는 삼성 E&A가 예정에 없던 실적 서프라이즈를 공시한 것과 관련, "삼성 E&A 입장에서는 당일 본드콜 관련 공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1천464억원의 비용 반영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선제적으로 4분기 영업 호실적을 공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악재를 호재로 가린 셈이다.
삼성E&A 관계자는 예정에 없던 깜짝 실적 공시에 대해 "본드콜(계약이행보증 청구권) 등 일회성 비용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투명하게 시장에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삼성E&A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5천786억원, 영업이익은 2천9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9.6% 증가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13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것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매출액 전망치 평균은 2조4천846억원,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1천86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1천억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었다.
삼성E&A는 실적 배경으로 "모듈화 등 차별화된 수행체계 적용과 수익성 중심의 원가관리로 주요 화공 프로젝트의 이익이 개선되면서, 태국 프로젝트 본드콜 등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E&A는 같은날 실적 호조로 12년 만에 배당을 재개하기로 했다. 회사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3년간(2024~2026년) 지배지분 순이익의 15~20% 수준으로 주주환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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