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SDI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 공시가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그러니까 2025년부터 2027년(결산 기준)까지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해당 이름의 공시에 배당성향이나 최소 배당금액 등 3년간의 배당 계획을 담고, 실제 지킨다. 이번 삼성SDI처럼 '무(無)배당'을 배당정책으로 명문화하는 경우는 사실 흔치 않다.
[출처:삼성SDI]
삼성SDI[006400]가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한 건 지난 24일 오전 9시52분이다. 오전 10시13분 작년 4분기와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미래 주주환원 방향을 먼저 밝혔다.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의도는 좋다.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은 한국거래소가 권고하는 '지배구조 핵심 지표'에 포함된 항목이다. 거래소는 기업들에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도록 권하는 등 주주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삼성SDI는 원래 배당정책을 명확히 갖고 있던 회사가 아니었다. 투자와 재무구조, 배당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이사회가 금액을 결정하곤 했다.
변화를 준 건 2022년 1월이다. '2022~2024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중장기 정책을 명문화했다. 주주 환원에 대한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이었다.
첫 배당정책은 주당 1천원(보통주 기준)의 '기본배당'을 실시하되, 연간 잉여현금흐름(FCF) 발생 시 5~10%를 추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 맞춰 2022년엔 주당 1천30원, 2023년엔 1천원을 지급했다. 오는 4월 지급 예정인 2024년 배당금도 1천원으로 확정됐다.
이번에 발표한 두 번째 배당정책엔 향후 3년간 배당을 아예 실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자동차 시장 캐즘 장기화 속에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오는 2027년까지 마이너스(-) FCF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즉, 3개년 배당정책이 '무배당'인 셈이다. '최소한의 주주 환원'을 명분 삼아 지급하던 기본배당도 없앴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배당'과 '미래를 위한 투자' 중 후자를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회사는 향후 경영성과와 FCF,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2028년에 주주환원 정책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해당 내용을 확인한 주주들은 실망감에 휩싸였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우선, 무배당에 대한 서운함이다. 삼성SDI는 197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래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1998년 이후로는 2007년(결산 기준)이 유일하다. 당시 삼성SDI는 5천700억원대의 영업적자로 당기순손실이 6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든 건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닌 '다른 이유'였다. 회사가 향후 3년간 어려움이 지속될 거란 걸 '무배당'으로 직접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주주들은 이번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의 이탈이 가속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 공시가 되레 불안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실제로 이날 실적과 배당 정책 발표 후 삼성SDI 주가는 전일 대비 2.58% 내린 22만6천500원에 마감했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배당을 받거나 주가가 오르거나. 회계상 주주총수익률(TSR)을 배당소득에 주식평가이익을 더해 계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SDI가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3년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시의적절한 경영 의사 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자연히 주가가 따라오도록 만들 수 있다. 무배당의 '근거'로 제시한 시설투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에 보탬이 되는 일인 건 분명하다. 향후 여유가 좀 된다면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을 활용한 주가 부양을 고려할지도 모른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최악의 시기를 견디고 있는 만큼 일단은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떨까. 머잖아 다가올 '업턴(Up turn·상승 국면)'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고 도전적으로 슈퍼사이클에 대비한 경영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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