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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모펀드 직상장의 딜레마

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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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80조원대로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양강'을 필두로 주요 운용사들이 선점하고 있다.

덩치가 작은 중소형 운용사는 ETF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거나 ETF 사업을 아예 영위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공모펀드 침체 속 ETF 시장만이 이례적인 속도로 성장하면서 ETF는 운용사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 되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형 운용사는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품 개발, 운용, 마케팅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야 성공하는 ETF 시장에서 중소형 운용사가 부족한 자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공모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이나 ETF처럼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쟁에서 밀린 중소 운용사의 시장 진입을 돕고 더 나아가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공모펀드 직상장을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운용 중인 장외 공모펀드에 상장 클래스인 'X클래스'를 신설해 공모펀드 상장이 가능해졌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역점 사업이기도 한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는 오는 6월 말 시행을 목표로 한국거래소, 금투협 등을 중심으로 제도 정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최근 거래소가 제시한 최소 펀드설정액 기준 '500억원'을 두고 운용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거래소는 설 연휴 전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X클래스의 최소 설정액을 70억원, X클래스를 포함한 전체 펀드 설정액은 500억원으로 잠정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나의 공모펀드 상품에는 판매보수와 수수료 체계가 다른 클래스(투자자 그룹)가 있다. 거래소는 상장클래스인 X클래스의 최소 설정액을 ETF의 최소 설정액 기준과 같은 70억원으로 정하면서 X클래스를 포함한 전체 펀드 설정액 기준은 최소 500억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거래소가 고려한 설정액 기준인 1천억원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억원 이상의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는 대부분 대형 운용사로, 펀드 설정액 기준이 500억원으로 확정되면 소수의 운용사만이 직상장 기회를 얻게 된다.

공모펀드 시장에서 소외된 운용사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당사자가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직상장은 ETF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중소형 운용사나 외국계 운용사에서 수요가 높지만, 펀드 원본액이 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운용사들이 많다보니 대형사 위주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고민도 크다.

거래소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고 시장에 잘 알려진 기존 펀드를 X클래스로 전환해야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는 지정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다. 추가 연장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첫 지정 이후 2년 이내 유의미한 성과를 내놔야 제도를 법제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게 거래소의 판단이다.

시범 사업으로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히트 상품'을 내놔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래소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유동성공급자(LP) 부족, 전산시스템 구축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업계 의견이 갈리고는 있지만 공모펀드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어도 제도 안착을 위한 적절한 해답이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 설정액 기준이 너무 낮으면 환매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환금성 문제가 생기고 기준을 높이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최적화된 기준을 찾기 위해 업계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부 온다예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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