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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경제적 실질에 부합"…이재용 2심 재판부가 본 삼바 회계

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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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어긋나지 않아…실질에 맞는데 부정행위인지 의문"

"재무보고 목적은 정보 유용성…제공자 의도 중요치 않아"

콜옵션 은폐 의혹엔 "공시 미흡 인정해도 고의로 보긴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자회사의 사업이 승승장구할수록 모회사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상황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4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207940] 재경팀 임직원은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임상시험 통과 등 사업 성과를 쌓을수록 에피스 공동주주인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로직스로부터 에피스 지분을 사 올 수 있는 권리)의 가치가 높아져 해당 부채를 인식해야 하는 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질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로직스는 2015 회계연도부터 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에피스를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4조5천억원 이상의 종속기업투자이익을 인식한 로직스는 자본잠식을 피했다.

검찰은 이러한 회계처리가 자본잠식을 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논리를 만들어 낸 분식회계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도 로직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 처분의 정당성을 살핀 지난해 8월 재판에서 "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에서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2월 이재용 회장의 형사재판 1심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반년 만에 다른 재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시되자 2심 선고를 앞둔 피고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도 행정법원의 논리를 반영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며 공세를 높였다.

그러나 전날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서울행정법원과 달랐다.

재판부는 "'에피스가 사업에 성공하고 있는데 (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진다는 것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고민한 노력이 거짓 회계처리인가에 대해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적용해 로직스가 자본잠식을 면하게 한 것이 "오히려 경제적 실질에 결과적으로 부합하게 된 회계처리"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원칙 중심 회계처리에 반드시 어긋난다고 판단되지는 않았다"며 "경제적 실질에 맞으면 이걸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재무보고의 목적은 재무정보 자체가 유용성을 띠고 이용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느냐는 것"이라며 "제공한 사람의 주관적 의도, 동기, 목적, 이익 추구 여부 등이 원칙적으로는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러한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평가보고서 조작이 있었다면서도 여러 회계법인과 의견을 교환하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사실 역시 인정된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유용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한 이상, 이번 건에서는 에피스의 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거꾸로 로직스의 재무구조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재무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한 이상, 이를 회계부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회계처리와 관련한 또 다른 쟁점인 2014 회계연도 콜옵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과실이나 중과실이 될 수는 있어도 고의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로직스가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을 성사하기 위해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과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시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더욱 자세하게 공시해야 했다는 확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로직스가 이를 일부러 은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모 서울대 경영대 교수께서 원심에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처벌해야 한다'고 증언했다"며 "금융감독원의 지도 차원에서 행정처분을 할 여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형사처벌을 그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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