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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건설사들의 '아~파트, 아파트'

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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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형 수주 소식에도 꿈쩍 않는 주가.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현재 거래소 건설업종지수 편입 건설사 중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조차 3조원 초반에 머물고 있다.

건설업종지수에 편입된 건설사 중 액면가를 밑도는 회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대 건설사로 손꼽히는 대우건설 주가도 수년째 액면가를 밑돌고 있다. 시총 1조원이 넘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을 포함해 한전KPS,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전부다. 다음으로 시총이 큰 건설사는 현재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이다.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어떨까. 주가와 기업의 자산가치를 비교하는 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있다. PBR이 1이면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와 기업의 자산가치가 같다는 뜻이고, 1을 밑돌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산가치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코스피 건설업종지수 비중이 가장 큰 현대건설의 PBR은 0.33이다. GS건설 0.29, 대우건설 0.33, DL이앤씨 0.28, HDC현대산업개발 0.38, 코오롱글로벌 0.39, 계룡건설 0.12, 금호건설 0.45, HL D&I한라 0.22 등이다. 이들 회사의 주주로서는 회사가 계속 영업활동을 하는 것보다 그냥 가진 자산을 다 내다 파는 게 이득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왜 건설사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것일까.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주택전문가 일색이다.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 DL이앤씨 박상신 대표는 주택본부장을 지냈고 대우건설은 주택으로 일가를 이룬 중흥그룹이 오너다. GS건설은 유학파이자 그룹 오너일가 4세인 허윤홍씨가 CEO를 맡고 있는데, 그는 작년 말 공식 석상에서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회사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언급했다.

삼성물산은 플랜트부문장을 역임한 오세철 사장이 건설부문 대표를 맡고 있지만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삼성전자 발주 공백 대안의 하나로 재건축 등 아파트 수주를 제시했다. 최근 재건축사업장에서 삼성물산을 자주 만나는 이유다.

아파트 분양으로 대변되는 주택사업은 우리 건설사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가 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로 인구소멸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주택시장에는 매년 40만호 약간 못 되는 신규주택이 필요하다지만, 주택 구매력은 정부의 대출정책에 따라 이리저리 춤추고 있다. 현재 미분양주택은 7만호를, 악성 재고인 준공 후 미분양은 2만호를 넘었다.

과거 주택시장이 안 좋을 때 해외건설수주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세계가 좁다 하고 수주하는 우리 건설사의 모습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박수를 보냈고 그때가 건설주의 전성기였다.

불행히도 해외시장은 만만치 않았고 조단위 손실을 신고하는 건설사가 나오면서 해외수주 신화는 막을 내렸다. 게다가 국내 양대 플랜트 건설사 중 한 곳인 현대엔지니어링마저 지난해 해외 사업장에서 조단위 손실을 신고한 마당이니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도 두려울 것이다. 오로지 가수 로제의 '아파트'라는 제목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아~파트, 아파트'만을 부르짖고 있다.

건설사들의 턱없이 낮은 PBR은 이런 모습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의 반응이 아닐까. 로제의 노래 아파트는 신선함으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우리 건설사들의 아파트는 너무 식상하다. (산업부 남승표 기자)

출처:연합뉴스 자료 사진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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