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법으로 유죄 인정 어려워…검찰, 승산 없는 기소"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해 주주에 의한 감시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배임의 핵심은 '삼성물산[028260] 이사가 누구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인가'입니다. (이사가) 주주를 위해 행위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최근 판례들을 모두 검사해봐도 대법원이 입장을 바꿨다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는 지난 3일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가 상법 제382조의3에 따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이며, 이사가 주주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해 2월 1심에 이어 다시 분명히 한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의 '회사 충실' 상법으로는 주주보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상법에서는 제2, 제3의 '삼성물산 합병' 사건이 발생해도 기소할 수 없다"며 "'주주 충실' 없이는 죄가 안 되는 구조인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인정했듯이 (검찰이) 승산 없는 기소를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20년 9월 이 회장이 기소되기 전 현행 상법으로는 이 회장에게 법리상 배임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검찰에 참고인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나아가 상법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시했다면 이번 사건에서 합병비율과 회계부정, 삼성물산이 KCC에 자기주식을 매각한 행위 등 여러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이번 2심 판결은 대법원 다음가는 법원으로 꼽히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라는 점,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의 지배권 승계와 직결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더욱 크다.
이미 대법원은 여러 차례 판결을 통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구별해 회사의 이익만이 보호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대표적인 판례가 13인 대법관의 논리가 일치한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판결이다.
이로써 주주보호를 강화하고 주주에 의한 경영진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상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마련되면 자본거래 등을 통한 주주가치 훼손 시 일반주주에게 강력한 사전적·사후적 권리 구제 수단이 주어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전날 배포한 논평에서 이 회장 2심 판결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 없이는 주주에 의한 일반적 감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면서 "상법 개정은 이번 판결로 던져진 수많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만을 개정하자는 입장인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사법부가 법 문헌의 해석만으로는 주주보호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면서 "주주보호 실패 사례를 막기 위해 법 해석에 의지하기보다는 자본시장법을 포함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자명해졌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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