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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마켓 대부' 원준영의 명예로운 퇴진 "IB 업무 순간이 가장 짜릿"

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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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태동부터 성장까지, DCM·ECM 섭렵

씨티證 선두 안착 비결은 '고객 우선주의'

원준영 씨티증권 자본시장부 전무

[출처: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원준영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 자본시장부 전무는 전통 투자은행(IB) 시장의 '역사'로 불린다. 인수합병(M&A) 중심의 외국계 IB 업계에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안착을 이끌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전통 IB 업무는 그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그는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으로는 처음으로 DCM 조직을 탄생시킨 데 이어 ECM의 지평까지 넓혔다. 씨티증권을 전통 IB 분야의 굳건한 선두에 앉힌 그는 이제 30년간 몸담았던 IB를 떠나 자신만의 '제2 인생'을 펼친다.

◇포스코로 시작된 한국 DCM, 외화 조달 뒷받침

원준영 씨티증권 전무는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IB에서 대표직을 제외하면 정년이 넘도록 일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명예로운 퇴진이라고 생각한다"며 "깔끔한 마무리로 후배들에게 정년 연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씨티증권이라는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회사의 업무 환경과 지원 공세 등으로 든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씨티증권에서만 27년을 IB 뱅커로 활약한 전통 씨티맨이다. 1995년 뱅커스 트러스트(BTC, 현 도이치뱅크)에서 IB 업무를 시작한 그는 1997년 살로몬스미스바니(현 씨티증권)로 자리를 옮긴 후 씨티증권의 대표 IB 뱅커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한국은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이 드물던 터라 외국계 IB 업계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한계를 느끼고 타사로 이직을 준비하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이적을 막기 위해 한국 DCM 업무를 전담토록 한 것이다.

그는 "BTC 때부터 현 씨티증권의 박장호 대표와 함께 IB 업무에 집중했다"며 "한국 DCM이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적인 의구심도 있었지만, 적극적인 딜 발굴로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고 회상했다.

포스코는 그에게 새 길을 열어줬다.

그는 "2000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사무라이본드 단독 주관으로 한국 DCM 뱅커로서의 첫 딜을 했다"며 "한국지점에 DCM 조직을 갖춘 외국계 하우스가 없던 시기였으나 이를 시작으로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신용등급 업무를 연계해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해외 신용등급 평정 업무를 담당하는 뱅커를 영입하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찾았다. 이들의 첫 해외 등급 평정 작업을 돕고 외화 조달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다수의 기업을 한국물 데뷔전으로 이끌었다.

IMF 이후 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 점도 놓치지 않았다. 은행권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을 뒷받침하며 전문성을 쌓아나갔다.

◇DCM도 ECM도 선두…'최초' 역사 만들다

한국물 최초의 기록은 대부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공기업부터 하이일드 기업까지 영역을 넓혀나갔다.

대표적으로 2006년 서울 최대 유선TV사인 C&M(당시 'BB+')의 달러채 발행(6억5천만달러)이 있다. 그는 해외 기관들의 케이블사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주목해 한국물 최초의 하이일드 채권을 등장시켰다.

그의 도전은 DCM에 머물지 않았다. ECM 업무를 겸하게 되면서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트랙 레코드 부족이 발목을 잡았지만, KCC 자회사와 HCN 등의 IPO를 시작으로 지금은 외국계 하우스 중 가장 많은 딜을 하는 곳으로 거듭났다"며 "IBD팀과 함께 일군 트랙 레코드로 현재 씨티증권은 DCM·ECM 선두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이제 한국의 주요 IPO에는 언제나 씨티증권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SK바이오팜,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 굵직한 IPO 딜을 만들어냈다. 국내 기업의 주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과 블록딜 등도 씨티증권의 몫이었다.

원준영 전무의 주요 딜

왼쪽부터 ▲2018년 카카오 해외주식예탁증권(GDR) 발행 ▲200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사무라이본드 발행 ▲2022년 LG에너지솔루셩 기업공개(IPO)

◇"남들보다 먼저"…장기적 관점의 조달 필요

그가 씨티증권을 전통 IB의 넘버원 하우스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남들보다 먼저 고객을 찾아 현재 어떤 조달 형태가 최적의 방법인지를 제안했다"며 "쉬지 않고 고객을 만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미래를 그려나갔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제안서를 받고 딜을 수임 및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늘 짜릿했다"며 "기업들이 씨티증권은 한국 조직이 주도적으로 딜을 이끌고 편안한 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의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조달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원 전무는 "채권은 아시아에선 대한민국(무디스 기준 'Aa2')이 싱가포르(Aaa) 다음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만큼 탄탄하다"며 "견고한 펀더멘탈만큼 해외처럼 더욱 다양한 회사들이 자유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시장의 경우 IPO 시 기관과 개인의 청약 일정 차이로 기관들이 시장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고, 그린슈 옵션도 가격변동폭 제한 등으로 해외 대비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발행과 투자의 측면 모두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내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달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우량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을 때 혹은 시장 금리가 낮을 때 장기로 대규모 조달에 나선다. 이 자금으로 몇년간은 사업 활동에만 집중한다.

반면 한국은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조달시장을 찾는 경향이 있다. 발행 비용과 짧은 만기에 집중하는 등 단기적인 성향도 뚜렷하다.

그는 "저금리 시점이 도래하면 대규모 장기물 조달로 미리 자금을 준비하고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조달시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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