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국외계열사 통해 국내 계열사 출자
지주사 규제대상은 국내계열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정필중 기자 =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대상과 채무보증 규제대상도 국내계열사로 한정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이 국내회사만 규제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탈법행위가 횡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국외계열사도 지주사 규제와 채무보증 규제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 등으로 해외계열사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 "국외계열사 통한 출자, 법 위반 아냐"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제18조는 지주사 행위제한을 다루고 있는데 규제대상에 국외계열사를 포함하지 않는다.
실제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는 주식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자회사도 지주회사로부터 그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국내 회사를 말한다. 손자회사도 자회사로부터 그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국내 회사를 말한다.
이 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지주사 등이 국외계열사를 거쳐 국내계열사로 간접 출자한 사례는 2023년 25건에서 2024년 32건으로 늘었다.
이런 유형의 출자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은 SK(9건)다.
원익(4건), LX・동원(각 3건), 하이트진로(2건), LG・GS·한진·LS·두산·코오롱·OCI·에코프로·한국앤컴퍼니그룹·동국제강·DN(각 1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유형의 출자가 지주사 규제를 위반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회출자 등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규제를 우회해 부당 내부거래나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국외계열사가 국내계열사에 직접 출자한 사례도 있다. 47개 국외계열사는 43개 국내계열사에 직접 출자했다. 총 73건이다.
이 같은 출자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은 롯데(16건)다. SK(9건), LX・동원・원익(각 3건), 코오롱(2건), LG·GS·한진·LS·두산·OCI·에코프로·한국앤컴퍼니그룹·동국제강·DN·하이트진로(각 1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채무보증 규제도 국내만…고려아연, 국외계열사 채무보증
이 같은 공정거래법 사각지대는 다른 조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채무보증 규제가 그 예다.
공정거래법 제24조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제외한다)는 채무보증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공정거래법 제2조에 따르면 채무보증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국내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하는 보증이다.
여신은 국내 금융기관이 하는 대출 및 회사채무의 보증 또는 인수를 말한다.
이 같은 채무보증규제를 우회한 사례는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10월 계열사 선메탈코퍼레이션(Sun Metals Corporation·SMC)에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채권자는 ANZ 은행 등이다.
또 고려아연에 따르면 ANZ 은행은 고려아연 연결실체에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에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SMC 차입금에 보증을 제공했고 SMC가 이 자금을 활용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건 고려아연이 SMC에 채무보증을 제공해도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SMC가 해외계열사인 데다 ANZ 은행도 해외금융기관인 탓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은 해외진출·개척 등의 이유로 허용하고 있는 합법적인 사항"이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작은 대한민국 기업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온갖 규제만 강화하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 체계가 안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은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GS그룹의 GS에너지도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고 해외계열사(Korea GS E&P Pte. Ltd.)에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처럼 국내 계열사 간 보증만 채무보증에 해당하므로 해외법인간 또는 해외현지법인과 국내법인간 보증은 채무보증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라고 해도 해외금융기관이 개입하면 규제대상이 아니다. 일례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A 회사가 해외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한 후 같은 집단 소속 C 회사가 채무보증을 했다면 이는 제재대상이 아니다.
◇ 공정위 "SPC도 국내금융기관 아냐…사각지대 메울 방법 고민해야"
채무보증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아닌 특수목적법인(SPC)이 있으면 공정거래법으로 더 제재하기 힘들다.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국내 금융기관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하는 보증을 말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SPC가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총수익스와프(TRS) 등으로 채무보증규제를 우회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A 계열사가 채권을 발행하고 SPC가 A 계열사 채권을 인수했다. 같은 집단의 B 계열사와 SPC가 TRS 계약을 체결하면 SPC는 총수익 매도자, B 계열사는 총수익 매수자가 된다.
금융기관이 계열사와의 TRS 거래를 고려해 SPC에 대출을 실행했다면 채무보증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거래가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SPC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TRS 등 파생상품을 계열사 간 채무보증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 규제대상에 해외계열사나 해외금융기관이 포함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규제대상과 채무보증 규제대상에 해외계열사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거래법 개정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역외 적용문제는 오래된 문제"라며 "역외도 규제하는 게 원칙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장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법원 판례 등으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이 국내 회사로 제한된다고 해석되면 입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 심사지침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joongjp@yna.co.kr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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