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배 회사 보유 지분만 고가 인수…"쌍방대리 성격"
'시너지 강화' 두고도 의견 분분…한화 "지배구조 단순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둘러싸고 총수 일가의 이해상충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장사인 한화시스템[272210]이 보유한 지분은 그대로 두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의 몫만 역대 최고가 수준으로 사 왔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인수 기대효과로 내건 '방산사업 시너지 강화'를 두고도 계열사 간 거래여서 실질적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 달 13일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지분 7.3%를 1조3천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오션의 지배구조는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1%), 한화시스템(11.6%), 한화임팩트(9.3%), 한화에너지(2.3%)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4%), 한화시스템(11.6%), 한화임팩트(4.3%)로 바뀐다.
이번 거래의 최대 수혜자는 한화그룹 총수 일가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한화오션 주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지분만 사 오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한화임팩트의 주주는 한화에너지(52.1%)와 한화솔루션[009830](47.9%)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수 개인 지분만 환금해주는 것"이라면서 "전형적인 쌍방대리, 이해상충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오션 인수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참여했다"면서 "두 회사로서는 큰 부채를 안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큰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3사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 지분을 고가에 인수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거래 발표 이후 이틀간 한화오션 주가가 25.5%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지분을 매도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했다.
거버넌스 전문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번 거래에서 일반주주가 존재하는 상장사 한화시스템의 한화오션 지분은 그대로 두는 것도 이상하다고 짚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에서 계열사의 한화오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연결 대상 종속회사인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한화에너지의 ㈜한화[000880] 공개매수와 이번 거래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한화에너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 수준의 저조한 밸류에이션에 사실상 지주사인 ㈜한화 주식을 공개매수하자 지배주주에게 더 큰 이익이 되는 거래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두 거래를 종합하면 일반주주의 주식은 낮은 가격에, 총수 일가의 주식은 높은 가격에 차별적으로 환금해준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다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 공개매수 당시 시가에 10% 할증한 가격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주주에게 불리한 거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확대 목적으로 설명한 '시너지 제고 및 책임경영 강화'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이미 한화 계열사들끼리 한화오션의 공동투자자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번 거래가 이사회 구성 등 회사의 의사결정 체계에 가져올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이달 6일 기준 한화오션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3인은 모두 한화그룹 출신이며, 기타비상무이사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 수가 더 많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이사진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지분 거래에 대해 "기존에도 한화오션의 최대주주이긴 했지만, 한화그룹이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육해공 모든 분야의 무기를 생산하는 방위산업 기업으로 향후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경쟁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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