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CEO, 시무식 현장 방문이 달리 보여
(서울=연합인포맥스) 4명의 사망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현장에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28일 오전 10시 대표이사의 미디어 브리핑이 이뤄질 것이라고 통보했다.
예정 브리핑 장소는 사고가 난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성진로 일대로 사고가 난 현장과 수백미터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사고 현장은 통제로 일부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브리핑의 목적은 자사의 입장과 현장 개요 및 사고 현황, 향후 계획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했다지만, 장소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당장 28일부터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고, 당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고조사위원회가 개시되는 시점에 원인 파악도 하기 전에 시공사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많지 않아 보였다. 유가족이 없는 곳에서 사과할 일은 더욱 없어 보였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조기 수습하는 모습을 언론에 보여주는 정도겠지만, 사고 수습에 완장을 찬 사람이 많아지면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많은 재해에서 목격했다.
특히 이번 행보는 감독 기관이자 사고조사위를 꾸린 국토교통부와 사전 논의도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결국 전날 늦게 브리핑 장소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옥으로 변경됐다는 통보가 왔다. 국토부의 제동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에 주우정 새 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그리고 올해 곧바로 1조원대의 손실을 털어내며 가뿐한 출발을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주 대표는 취임 3개월여만에 최대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아쉬운 점은 모든 대책이 항상 사고 후에 온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GS건설 허윤홍 대표의 연초 현장 시무식이 변화의 바람이 되길 바란다.
GS건설 역시 2023년 10월에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이후 취임한 허윤홍 대표는 검단 사태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후 2년 연속 현장에서 시무식을 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허 대표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시무식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에는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시무식을 진행했다.
또한 연초에 임원들을 2주간 전국 사업장에 파견해 직접 현장을 챙기도록 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GS건설 현장엔 부상 사고가 전무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전날 국토부 기자실에서 열린 '건설 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 언론 브리핑에서도 언급됐다.
국토교통부 김태병 기술안전정책관은 당시 A 건설사 CEO가 올해 시무식을 현장에서 실시하고 본사 임원들이 2주간 각 현장에 상주하여 안전의식을 강조한 결과, 부상 사고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어떤 제도 개선이나 지원보다도 건설사 CEO와 임원진이 관심을 갖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고 빈발 작업의 근로자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언급했다.
사고가 난 후에 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사고 전에 가라는 말이다. (산업부 윤영숙 기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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