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이후 서울 강남3구 아파트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한 이후 강남3구의 주택 가격을 언급했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강남3구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확대 조짐을 보이는 만큼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장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강남3구의 집값 상승 폭이 커질 조짐을 보이니,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라는 구두 개입이다.
구체적 정책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봄의 기시감 때문일까. 신문에서 보이는 한강변 아파트들의 주택 가격 상승은 곧바로 당국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단도리'로 이어졌다.
실제로 서울의 주택가격은 최근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월 넷째 주(2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올랐다. 전주(0.06%) 상승률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 13일부터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탓이다.
토허가 해제는 거주이전 자유나 재산권 침해 논란, 풍선효과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전격 해제가 결정됐다. 해제 시점에 대한 논란은 자처하고라도 해당 정책이 이미 평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선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다만 이 불쏘시개가 서울 전체, 나아가 수도권의 가격 상승을 다시 이끌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이 해제된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5천139만원이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거래가인 11억1천828만원의 2배를 넘는다.
2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 상승률의 두배를 기록했으나 이는 강남 3구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서초, 강남, 송파구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0.25%, 0.38%, 0.58%에 달한다.
반면 서울 내에서 평균 상승률인 0.11%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인 곳은 서초, 강남, 송파를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동대문구(0.02%↓), 중랑구(0.02%↓), 강북구(0.02%↓), 노원구(0.03%↓), 은평구(0.01%↓), 금천구(0.01%↓)는 하락세를 보였다. 강북구와 노원구는 9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반포 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역대 최고가인 60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은 강남 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재정립시켰다.
당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 등으로 새로운 부를 이룬 젊은 세대들이 강남 아파트를 일종의 '트로피'로 취급하면서 강남 부동산 가격은 기존의 자산가격 흐름과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남을 다른 지역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은 하루에도 1억원 오르고, 1억원 떨어지는 시장이다. 거주를 위한 주택 개념이 아니라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이미 브랜드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브랜드 자체에 가치를 매기기 시작하면 상식적인 가격 책정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를 정책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문제는 당국이 이런 강남 아파트만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강남 아파트의 가격이 다른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는 뉴욕의 아파트 가격이 매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의 부동산 정책 당국자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가격만 쳐다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도, 당국도 이에 대한 언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요즘 또다시 당국이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칫 당국의 언급이 몰랐던 이들까지 모두 강남의 아파트로만 쏠리게 하는 불쏘시개가 되지는 않을지 문득 걱정된다. (산업부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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