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시리즈C 대비 '10분의1', VC 대규모 손상차손 불가피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명품 커머스 플랫폼 기업 발란이 실리콘투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큰 폭으로 낮아졌다.
2022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때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며 투자 유치에 나서는 초기 기업 수준까지 낮아졌다. 오랜 기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자 기업가치를 크게 낮춰 투자자의 부담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발란은 자금을 확보하면서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웠지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기존 투자사들은 평가손실이 불가피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투는 지난달 28일 발란의 전환사채(CB)를 두 차례에 걸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우선 1차로 75억원을 투자하고, 2차는 실리콘투가 제시하는 조건에 충족하면 75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일종의 조건부 투자 유치다. 실리콘투가 제시하는 조건에 부합해 2차 투자 유치까지 성공하면 발란은 총 15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2차 투자를 위해 실리콘투가 제시한 조건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직전 2개월간 모두 연속으로 매출액 중 사입 판매 비중이 50% 이상 ▲직전 2개월간 모두 연속으로 매월 영업이익이 흑자 달성이다.
실리콘투는 발란이 발행하는 CB에 투자한다. 주식으로 전환할 때 가격을 6만1천171원으로 설정했다. 발란의 기발행 주식 수가 47만7천11주인 것을 감안하면, 실리콘투가 책정한 발란의 프리 밸류에이션(투자 전 기업가치)은 약 29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2년 발란이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발란의 기업가치는 8천억원까지 거론됐는데, 대부분의 투자사에서 해당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3천억원 수준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발란은 시리즈C 투자라운드에서 250억원을 유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 유치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알리바바나 포이즌, 일본의 조조타운 등에서 발란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이후 발란의 기존 투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50억원 수준의 자금 조달을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적자가 지속되고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경영 상황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발란이 실리콘투로부터 낮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존 투자사들은 대규모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리즈A의 밸류에이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리즈B와 시리즈C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각각 2천500억원, 3천억원 수준이었다.
시리즈A 투자사인 리앤한의 경우 이미 투자금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시리즈B에 투자한 네이버도 감액 처리를 시작했다.
시리즈B 이후 투자사로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신한캐피탈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JB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있다. 대부분 두 차례 이상 투자했다.
펀드로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의 경우 발란 손상차손에 따른 관리보수 삭감도 불가피해졌다. 관리보수 삭감에 따라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리콘투가 추가 투자 조건으로 1차 투자 시점 이후 실적이 아닌 올해 11월로 걸어놓은 건 특이하다"며 "1차 투자액인 75억원의 런웨이를 올해 11월로 계산하고, 해당 자금으로 투입해 경영 개선이 개선되고 자립의 가능성이 보이면 추가 투자하겠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발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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