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최근 랩어카운트 제재를 마무리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회사채 캡티브 영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채권시장 정상화 시즌2'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일 정도로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캡티브 영업은 이미 수년째 논란이 되어 온 사항이다. 다만 여러 번의 현황 파악에도 이렇다 할 개선 방향성을 구체화하지 못해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본격적 검사 이후 변화가 시작될지 기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를 마친 후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랩어카운트와 관련한 문제점 지적이 채권시장의 공정거래 관행을 확립하는 시리즈 1번"이라며 "캡티브 영업은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2"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부문 검사 역량을 캡티브 영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 발언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캡티브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읽힌다.
캡티브 영업이란 증권사가 회사채의 발행 주관을 맡기 위해 기업의 발행 물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증권사가 같은 그룹 내 계열사를 동원하는 것을 넘어, 자사의 북을 이용해 물량을 인수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부터 고정된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캡티브 영업으로 들어온 수량은 발행사에 친화적인 금리로 주문을 내기에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주관 실적을 따낼 수 있어, 캡티브 영업은 발행사에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며 일정 기간 회사채의 발행 금리가 유통 금리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됐다.
금감원도 2023년 회사채 수요예측 관행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과열 양상이 이어지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융투자협회도 각 증권사의 DCM 담당 임원과 만나 관행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리테일채권시장도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모채 수요예측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등 수요예측 과정을 손보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다만 뚜렷한 제도 개선은 없었다. 2013년 정해진 수요예측 개선안과 함께 나온 금투협의 모범규준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된다.
몇 년째 제도 개선이 표류 중이나, 이번엔 다르다. 금감원은 채권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회사채 수요예측을 '보이콧'하는 현상이 관찰됐다는 지적에 칼을 빼 들었다.
IB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바라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해 협회가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질의서와 의견서를 내며 소통을 이어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은 이제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관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이제는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사의 요구가 끝없이 늘어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사의 요구 정도가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며 "시장 질서를 위해서라도 당국이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지 않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크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캡티브 영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시기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유동성 방파제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있다"며 "장단점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듯한데, 이번 검사가 매듭을 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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