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이 홈플러스의 상장전환우선주(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이 의구심을 더 키우고 있다.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투자가 홈플러스 발행 RCPS 상환조건을 변경하는 데 동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상식 밖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RCPS 상환권 홈플러스로 넘긴 MBK…국민연금 "합의한 적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조건을 홈플러스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는 데 동의했다.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RCPS가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 가결산 기준 1천408.6%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표면적으로 소폭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 7일 "RCPS 발행조건 변경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조건은 투자 당시와 비교해 변경된 바 없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측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투자자는 한국리테일투자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동의는 필요 없었다고 설명한다. 국민연금은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RCPS를 PEF를 통해 약 6천억원을 투자한 구조다.
◇PE업계 "국민연금 '패싱' 이례적"
다만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세운 한국리테일투자가 홈플러스 RCPS 투자 건의 조건을 변경하면서 국민연금과 협의하지 않았다면 문제로 삼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PE업계 한 고위 임원은 "특정 회사가 발행한 RCPS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SPC를 통해서 중순위 트렌치로 들어가는 건 일반적인 케이스"라면서도 "SPC 자체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됐고 그를 위한 중순위 채권자를 모집한 경우이기 때문에 투자 조건이 변경됐을 때 투자자들에게 동의를 얻는 건 통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국민연금이 SPC와의 계약서에서 투자자 동의 없이 조건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거나 조건 변경 시 투자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넣지 않았다면 MBK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그랬다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SPC가 홈플러스와의 계약 조건을 변경할 때 투자자들에게 이를 얘기해주는 건 거의 의무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환권을 홈플러스로 넘기는 불리한 변경은 당연히 동의를 얻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SPC 자금 여력 줄어들면 국민연금도 타격"
PE업계 다른 고위 임원은 "계약서는 각 투자 건마다 다르게 작성되지만, 국민연금처럼 중요한 기관이라고 한다면 계약서에 어떻게 명시했든 동의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라며 "국민연금처럼 굉장히 중요한 기관투자자(LP)에게 동의를 안 받고 했다는 건 특이하긴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SPC로 자금이 얼마나 올라오는지에 따라 SPC 투자자들에게 배당이 나갈 텐데 SPC의 자금처인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 자체가 훼손되거나 상환 조건이 불리해져 자금 여력 자체가 줄어든다면 국민연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PEF를 통해서 RCPS에 투자했기 때문에 법상으로는 국민연금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는 게 정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PE업계 또다른 고위 임원은 "LP가 운용사(GP)의 의사결정에 대해 동의할 권한은 없다. 선의로 주요 투자자에게 상의나 보고한다면 몰라도 법률적으로 동의권이 있진 않다"며 "펀드의 LP는 MBK와 다음부터는 같이 일을 안 하겠다는 결정만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에 대해 다른 PE업계 고위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명확한 사모펀드라면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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