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기주총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정관 개정 추진
효력 유지 시 판세 흔들…영풍 의결권 제한 적법성이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3% 룰'이 떠올랐다.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개최할 정기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수를 늘리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데, 이 의안이 가결되고 효력까지 유지되면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는 이사회 장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경우, 의결권 행사가 최대 3%로 제한되는 규정(3% 룰)에 착안해 지분이 집중된 영풍·MBK의 허점을 노렸다.
이론적으로는 최윤범 회장 측이 분리선출 대상 이사를 무더기로 선임해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윤범의 또 다른 카드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총 의안을 확정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5건의 정관 개정 의안을 상정했는데, 이 가운데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4건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가 지난 7일 법원의 가처분 판결로 효력이 정지된 것들이다.
주목할 의안은 이번 정기주총에 처음 상정된 제2-5호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다.
고려아연은 '감사위원회 위원 중 2인 이상은 주주총회 결의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자고 제안했다.
이는 선임 시 3% 룰이 적용되는 이사 수를 늘려 영풍·MBK의 의결권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 분리선출 대상 이사는 이번에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에서 2명 이상으로 정할 수 있다.
분리선출 시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최대 3%(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로 제한된다. 이때 선출하는 이사가 사외이사라면 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개별로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지분 분포를 살펴보면 노림수가 명확해진다.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고려아연 지분을 3% 이하로 고르게 보유하고 있다. 분리선출 이사를 선임하는 의안에 의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이 몇몇 주주에 집중돼 있다. 영풍 25.4%, MBK 8.1%, 장형진 고문 3.5% 등 3% 넘는 주주들이 주축이다. 이럴 경우 3% 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1월 임시주총 때 3% 룰이 적용돼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개정이 통과됐던 것과 같은 원리다.
[출처: 고려아연]
◇ 무더기 선임도 가능…관건은 영풍 의결권 제한 적법성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분리선출 감사위원 관련 정관 개정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든 새로운 카드로 해석된다.
영풍·MBK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분리선출 대상 이사를 무더기로 선임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상법은 감사위원회가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돼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그 상한은 제시하지 않는다. 고려아연 정관 역시 "감사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상세한 사항은 이사회에서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론적으로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동안은 계속해 3% 룰을 적용한 상태로 이사를 분리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것이 가능하다면 모든 사외이사를 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하고 분리선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정관 개정에 대해 "감사의 독립성 강화와 밸류업 기조에 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영풍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다. 정관 개정은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 사안이라 의결권 47%를 확보한 영풍·MBK가 반대하면 가결될 가능성이 없다.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주총에서도 상호주 관계를 이유로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는데, 정기주총이 파행하면 영풍·MBK는 또 한 번 법원에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 위법하다고 7일 판결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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