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자동차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는 현대차의 곳간을 채우는 데도 한몫했다. 현대차의 현금이 3년 전 대비 13배로 불었다.
현대차의 현금 증가는 단기 유동성 운용 전략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완성차 기업인 테슬라와 반대로 간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현대차가 당장 투입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을 언제 집행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17일 현대자동차의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조8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 대비 13.5배 수준이다. 가파르게 불어나는 순이익과 함께 현금이 두둑이 쌓였다. 최근 현대차 실적에는 역대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런 현금 증가세에는 현대차가 유독 현금에만 집중하는 잉여자금 운용 전략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21년에는 현대차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6천500억원 정도만 가져가는 대신, 단기금융상품에 4조2천억원, 기타금융자산을 9조원가량 집어넣었다. 이에 따라 유동자산 중 현금의 비중이 2.8%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는 단기금융상품이 4조2천500억원가량을 나타냈다. 기타금융자산은 2천300억원대로 대폭 축소했다. 이제 유동자산에서 현금은 34%를 차지한다. 예전에 갖고 있던 각종 투자상품 및 파생상품을 대부분 없앴다.
이 세 자산은 현금화하기 쉬운 순서가 현금, 단기금융상품, 기타금융자산 순이다. 보통은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기준이 된다. 듀레이션이 짧을수록 일반적으로 위험성과 원금 변동성이 적다. 안정성에 좀 더 중점을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억달러 정도 감소했다. 2021년에 175억7천만달러 정도였던 것이 작년에 161억4천만달러로 줄었다.
대신 단기 투자상품은 1억3천만달러(2021년)이던 것이 204억달러(2024년)로 155배 폭증했다. 현금을 일정 수준만 가져가고 나머지 자금을 단기 투자에 대거 투입해 듀레이션을 늘렸다는 뜻이다.
미 국채와 예금 등과 함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것이 현대차와 대비됐다.
테슬라는 완성차 업계를 여러모로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고금리가 성행하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두 기업의 단기 유동성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지목된 셈이다. 3년 만기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는 우리나라가 높았지만, 이후에는 미 국채가 평균 85bp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평가·대응하는 방법도 두 기업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나 테슬라는 중국시장의 부진을 자금 수익으로 상쇄하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슈는 대체로 호재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대차는 시설투자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러한 상황이 유동성 운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금을 많이 쌓아두는 것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제 그 활용법과 시기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설비투자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는 것이 시장이 걱정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도 완전자율주행 부문이나 저가형 차량 출시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실망하고 주가가 대폭 하락한 적이 있는 만큼, 현대차도 현금 소진 시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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