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경영평가 2등급→3등급 강등 '원칙' 고수
금융위 조건부 승인 기대에 '봐주기' 논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운맛' 예고대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강등한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선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의 관계 개선과는 별개로 법과 원칙대로 엄정히 판단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등급 도출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절차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할 예정이다.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는 5월께 조건부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10년 전 LG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에 이어 유독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심사만 봐주는 게 아니냐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公은 公이다…원칙 고수한 이복현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중 금융위에 우리금융 경영실태 평가 결과를 전달하고 다음 날인 1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를 받는다.
이번 간담회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단계에서 3단계로 한단계 낮추기로 최종 확정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금융지주가 3등급을 받은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며, 금융지주가 3등급 이하를 받은 전례는 없다.
이 원장은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여러차례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거론해왔다.
작년 12월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검사 결과를 알리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정기검사 중간 결과 발표 당시에도 부당대출이 현 경영진 취임 이후에도 상당수 취급됐다며 위법 행위가 명백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장이 재직 중에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에 대해선 당연히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 부실한 내부 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며 임 회장을 직격했다.
이 원장은 공개석상에서 '동양생명 인수 자격을 과연 갖췄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등급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다 최근 이 원장이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임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
비슷한 시기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도 이 원장이 자리배치를 일부러 바꿔 임 회장을 옆자리에 앉히고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암묵적으로 우리금융에 경영평가 등급과 관련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 원장이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만나 우리금융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논의하면서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 원장의 소신과는 별개로 최종 결론은 금융위 몫"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우리금융만 두번째 조건부 승인 내주나
금융위는 이르면 5월 중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심사 승인 신청 후 6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추가 자료 요청 등은 기간에서 제외되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
원칙적으로 금융사 경영 실태 평가가 3등급 이하면 자회사 인수를 할 수 없지만,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라 금융위 재량으로 인수를 허가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 자산 정리 등을 통해 일정 요건이 충족됐다고 인정해 '조건부 승인'을 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포기 등 최근 보험사 M&A 시장에서 매물이 적체되고 있는 상황도 금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까지 불발될 경우 가입자의 불안과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할 수 있는 만큼 금융위가 보험업계 전반의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금융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무용론을 불러오는 꼴이 될 뿐 아니라 두 기관 간 온도 차를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금융 M&A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금융위가 느슨한 잣대로 승인해주는 게 아니냐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는 2004년에도 3등급을 받았던 우리금융지주의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해준 전례가 있다. 당시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 지분이 상당한 금융사였다.
만약 이번에도 조건부 승인이 된다면 전직 금융위원장인 임 회장을 배려한 처사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국내외 평판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 되므로 쉽지 않을 것"이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상황 등을 고려하면 조건부 승인 결론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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