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가격 상승세, 서울 전역 확산에 정부 '앗 뜨거'
시기 못맞춘 규제 해제, 역효과만 남기고 후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강남3구의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거론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5주만에 확대 재지정됐다.
토허제가 풀리면서 급등한 강남3구 집값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용산까지 포함한 4개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었다.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5년 만에 해제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허가구역으로 설정되면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월 중순 "토허제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토허제를 둘러싸고 거주이전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논란, 주변 지역의 풍선 효과 등 가격 안정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한도 관리로 막혀 있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이 해가 바뀌면서 다시 풀리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매수 수요가 살아나던 터라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는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
잠삼대청으로 불리는 잠실,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등 4개 지역 아파트 291곳의 30일간 거래 분석 결과, 전용면적 84㎡ 평균 매매가격은 해제 전 30일보다 평균 2.7% 올랐고, 전 평형 기준으로는 3.7% 상승했다.
이는 그대로 서울시의 주택 가격에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시의 주택가격은 0.18% 올라 전달 0.04% 올랐던 데서 오름폭을 크게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강남3구'라 불리는 송파(0.94%), 서초(0.74%), 강남(0.68%)이 가장 크게 상승해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지난해와 같은 추세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주간 단위로도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0% 올라 전주의 0.14% 상승에서 오름폭을 확대했다. 송파구의 한 주간 상승률은 0.7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0.08%→0.29%), 용산구(0.10%→0.23%), 마포구(0.11%→0.21%)도 오름폭을 확대하면서 강남의 집값 상승세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했다.
토허제가 해제되면 실거주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할 의무도 사라져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도 가능해진다.
실제 2월 강남3구의 갭투자 규모가 지난해 12월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부와 공동으로 매수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강남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비율이 2월에 상승하며 투기성 거래의 증가 신호가 포착됐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2월 거래 신고가 상당 부분 마감되는 시점인 3월부터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감지됐다"라며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며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서울시는 이번 해제를 시작으로 조합설립 인가 여부에 따라 2027년까지 총 59곳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순차적으로 해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번 규제로 이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 자치구도 토허제 추가지정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압구정ㆍ여의도ㆍ목동ㆍ성수동 및 신통기획 단지 등 서울시 내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시장 과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할 예정이다.
여기에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도 내놓겠다고 예고된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