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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총장의 '보이지 않는 손'

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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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한국식 주주 자본주의 사회의 3월 풍경이 올해도 반복됐다. 주주 명부 확인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고성을 내는 주총꾼들, 이따금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는 주주들.

산업계에서는 기업과 주주의 눈높이가 가장 비슷해지는 시기기도 하다. 기업은 경영진과 이사회 결정에 의해 운영되지만, 이때만큼은 주주들도 기업의 지분을 일부나마 가진 주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주든, 10주든, 혹은 수천주든.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주총장으로 몰려들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각종 의안을 경청한다. 간단한 일반의안도 있고, 정관 변경이나 회사합병 등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특별의안도 있다.

각자가 소신을 갖고 찬반을 정한다고는 하지만, 진짜 이 사안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따로 있다. 이따금 주총장에 나타날 수도 있겠다. 최대 주주의 특수 관계인 이야기다.

연합인포맥스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기업집단 중 지주사가 있고, 총수 일가 지배력이 있는 기업 상위 10곳을 대상으로 지배주주 지분율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SK, LG, 롯데, 한화, HD현대, GS, 신세계, CJ, LS, 두산 등이다. 총수 일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주사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는 기업집단은 배제했다.

CJ, 신세계, 한화 등은 소수의 지배 주주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며 전형적인 지주사의 모습을 지녔다. 예컨대 신세계의 경우 정유경 회장의 지분 18%, 이명희 총괄 회장의 10%를 통해 전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장악한다. 한화 역시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이 지주사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을 책임지는 형태다.

당초 지주사 정의가 그런 것이다.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회사 경영을 지배하는 사업을 하는 곳. 영어로는 의미와 취지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홀딩 컴퍼니(holding company). 지분을 갖고, 경영 활동의 지배력을 갖는 곳이다.

그런데 그 지배력이 분산되는 기업집단도 분명히 있다. 지배주주가 수십명이나 되는 곳이다. 구성원의 연령도 미성년자부터 80~90대까지 다양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혹은 많은 사공 중 대부분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의결권 대리 행사(proxy voting)라는 편의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롯데의 경우 지배주주가 63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전체의 40%가 넘는다. GS나 LS도 각각 59명(53.33%)과 44(32.15%)명으로 조사됐다. LG나 두산 역시 30명대의 지배주주가 지분 40% 안팎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지분율은 매년 지급되는 전체 배당금 중 지배주주가 가져가는 비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배주주만으로 주총 정족수 채우는 건 가뿐하고, 여기서 과반만 찬성해도 일반의안은 통과된다. 이번 조사는 지주사에 한정했으나, '지배주주→지주사→사업회사'의 기업집단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한계점은 어느 정도 보완된다. 상장사의 소유구조에 대한 비판은 일하는 사공이 아닌, '일하지 않는 사공'을 겨냥하고 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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