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MBK 사태①] 정산대금 지연부터 단기채 사기발행 논란까지

25.03.20.
읽는시간 0

홈플러스 업계 평균보다 긴 정산기간…납품업체 자금 위기

LIG건설·동양그룹 닮은 채권발행…"알았으면 팔렸겠나"

[※편집자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갑자기 신청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 후 시장참가자는 MBK파트너스에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도 MBK파트너스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홈플러스 정산대금 지연 등의 논란과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등 여러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윤은별 기자 = 받을 돈은 당겨받고 줄 돈은 늦게 주고. 저잣거리에서나 볼 법한 대금정산 지연 행태가 홈플러스에서 재연됐다. 회사가 부도날 것을 알면서도 채권 발행으로 투자자를 속인 LIG건설과 동양그룹의 행태를 반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갑자기 신청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 후 그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업계 평균보다 긴 정산기간…납품업체 돈 줄 말라간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계연도 제26기(2023년 3월~2024년 2월까지)에 이 회사의 매입채무 평균결제기간은 39.8일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홈플러스는 오는 5~6월에 회계연도 제27기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2월 결산법인이다.

이런 정산주기는 유통업계 평균에 비해 열흘 이상 길었다.

대표적인 유통기업 롯데쇼핑의 매입채무 평균결제기간은 26.8일 정도였고 이마트는 매입채무만 따로 공시하지 않아 평균결제기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롯데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매입채무 정산시기를 늦추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운전자본투자에서도 드러난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 당기순이익 883억원을 신고한 뒤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도 당기순손실 구간이었다.

3년이 넘는 적자구간에서도 현금흐름은 원활했다.

일례로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홈플러스는 당기순손실 3천392억원을 기록했는데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항목 등을 조정한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천793억원이다.

영업에 드는 자본을 의미하는 운전자본투자는 같은 기간 마이너스(-) 6천855억원이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나간 것이 아니라 들어왔다는 뜻인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보다 매입채무 증가폭이 크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줄 돈은 늦게 주고 받을 돈은 제때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바꿔 말하면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은 채무가 많다는 뜻이다.

홈플러스는 이런 식으로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8천649억원 플러스를 기록했다. 적자에도 현금이 늘어나는 마법을 부린 셈이다.

마법의 대가는 납품업체의 현금흐름 악화다. 물건은 납품했는데 대금이 제 때 안오니 돈줄이 말랐다. 특히 중소납품업체들은 생존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로 많은 납품업체와 입점업체가 대금을 제대로 정산받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며 "유통업체 정산주기를 보면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20~30일인데 홈플러스는 45~60일 정도로 길다"고 지적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정산기한이 적정한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체 정산기한은 특약매입의 경우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직매입의 경우 상품 수령일부터 60일 이내다.

홈플러스는 "대금정산이 다시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입점점주 불안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거짓말 논란 휩싸인 ABSTB 발행…LIG건설·동양그룹 전철 밟나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채 발행을 둘러싼 논란도 주목할 부분이다.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통합통계(화면번호 4717)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잔액은 1천740억원이다.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를 통해 발행한 유동화증권 잔액은 3천431억원이다.

유동화증권은 역팩토링과 증권화 등을 거쳐 발행됐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것이란 점을 알았음에도 단기채를 발행했다면 형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상 시장교란행위 등에 해당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ABSTB 등 단기채가 발행된 후 며칠 만에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를 통해 820억원의 ABSTB를 발행했는데 이날 신용등급 하락 예비평정결과를 인지했다. 지난달 27일 신용평가사는 홈플러스에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을 확정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4일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에서 내부적으로 회생신청 준비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28일부터라고 설명했다.

한 리테일 채권 관계자는 "ABSTB 기초자산도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며 "이런 점을 제대로 알려줬으면 잘 팔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과 김기범 한기평 대표가 국회 정무위에서 홈플러스가 등급 하락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한 점도 사기 발행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신용등급 하락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회생절차 결정시기도 당겨진다.

과거 부실을 숨기고 CP·회사채를 발행했다가 경영진이 사기 혐의로 수감된 전례가 있다.

지난 2011년 LIG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열흘 전까지 CP를 발행했으며 해당 CP는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그 결과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 총수일가가 사기 혐의로 처벌받았다. 동양그룹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현재현 회장 등이 2015년 사기죄로 처벌됐다.

한 발행시장 관계자는 "주관사라고 하더라도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정도"라며 "회생절차를 신청할지 등 회사 내부사정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관사는 3개월 단위로 롤오버(차환) 발행하던 물건이다 보니 하던 대로 발행했을 것"이라며 "회생 절차가 즉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보니 '홈플러스 단기채 사기 발행' 의혹 등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매입채무유동화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매입채무유동화 승인 완료는 2월 24일이고 신용등급 예비평정 결과 인지 시점은 같은 달 25일 오후"라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김용갑

김용갑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